매립예정지 영종도 ‘멸종위기종 흰발농게’ 최대 서식지로 밝혀져

  • 동아일보

인천경제청, 영종2지구 갯벌 매립
한류콘텐츠제작단지 등 조성 계획
인천시, 내달까지 현장 생태조사… 저어새 등 해양동식물 서식 관찰
“최종결과 토대로 계획 변경 검토”

인천시가 유엔 산하기구인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EP)’을 통해 매립 예정지인 인천 영종2지구 일대에 대한 해양생태조사를 다음 달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생태학자, 환경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19, 21일 철새 탐조 등 현장 조사를 벌였다. 영종환경연합 제공
인천시가 유엔 산하기구인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EP)’을 통해 매립 예정지인 인천 영종2지구 일대에 대한 해양생태조사를 다음 달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생태학자, 환경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19, 21일 철새 탐조 등 현장 조사를 벌였다. 영종환경연합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이 매립사업을 추진하는 인천 중구 영종2지구(중산지구) 일대 갯벌이 멸종위기종의 최대 서식지로 밝혀졌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에서 이 같은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 산하기구인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EP)’ 의뢰를 받은 조사단이 A, B 2개 조로 나눠 영종도 갯벌의 생태조사를 하고 있다. 철새 다리에 부착된 인식표의 깨알 같은 번호까지 식별할 수 있는 망원경을 각자 들고 다니며 갯벌로 날아드는 철새 개체수를 파악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소속 이기섭 박사와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 등 3명으로 구성된 B조는 이틀간 영종2지구 매립예정지를 비롯해 제2준설토투기장, 송산유수지, 수하암, 운염도, 홍대염전 등지를 하루 8∼9시간씩 돌아다녔다.

B조의 기록일지에 따르면 19일 수악부리와 예단포에서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보호종으로 지정된 저어새 40마리, 알락꼬리마도요새 300마리, 검은머리물떼새 30마리, 검은머리갈매기 850마리가 확인됐다. 또 21일 제2준설토 2, 3구역에서는 저어새 64마리, 검은머리물떼새 14마리, 좀도요새 30마리, 빽빽도요새 1마리, 중대백로 1마리, 알락꼬리도요새 804마리가 노닐고 있었다. 천연기념물 저어새 중에는 한국에서 부착한 ‘V75 GWG’ 등 인식표를 다리에 달고 있는 10여 마리가 관찰됐다. 홍 대표는 “현장에서 세밀하게 조사하다 보니 인천경제청이 2018년에 실시한 영종2지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보다 훨씬 다양하고 개체수가 많은 해양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영종2지구 갯벌 393만 m²를 매립해 한류콘텐츠제작단지, 명품 아웃렛몰, 물류유통산업단지 등을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 추진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의 ‘생물다양성 및 서식지 보전’ 내용을 보면 현장조사와 동떨어진 사실이 많았다. 저어새의 경우 수하암 주변에만 매년 300마리 안팎 날아들고 있으나 보고서에는 영종2지구 매립예정지 일대에서 28마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이틀간의 현장조사에서만 850마리였으나 보고서에는 81마리로 기록돼 있다.

또 보고서에는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가 조사 대상에서 누락됐다. 조사단은 “영종2지구 갯벌 293만5000m²에 대한 흰발농게 서식지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표본조사지 9만5209m²에 흰발농게 203만9104마리가 살고 있다. 기존 최대 서식지로 알려진 전북 군산 선유도 1만914m²보다 5배 넓고, 개체수도 5배 많다”는 내용을 인천시에 보고했다. 인천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이 지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경제청은 다음 달 말까지 이어질 EAAEP의 현장조사 최종 결과를 토대로 영종2지구 매립면적을 축소하는 등 개발계획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시의회에서 “영종2지구 매립은 시급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여건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경제자유구역청#영종도#흰발농게#멸종위기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