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이 지난 4월27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발족식에서 김엘림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법무부 제공). 2020.4.27/뉴스1
법무부 자문기구 양성평등정책위원회(양평위·민간위원장 김엘림)가 낙태의 비범죄화를 위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양평위의 첫 번째 권고다.
양평위는 21일 낙태 처벌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법무부가 형법 개정안과 관련 대책 마련에 있어 존중·구현할 기본원칙, 유념할 문제 인식과 추진할 조치에 관해 심의·의결하고 이처럼 권고했다.
양평위는 낙태의 처벌에서 여성이 평등·건강·안전·행복하게 임신·임신중단·출산할 권리를 보장하고, 태아가 건강·안전·행복하게 출생·성장할 수 있는 여건 조성으로 법·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전제로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법무부는 형법개정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다만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하거나 이를 통해 여성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을 처벌하는 ‘부동의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70조의 2·3항은 보완해 제25장(상해와 폭행의 죄)에 두도록 했다.
또 법무부가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 등 관계부처 및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양평위는 이 대책엔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을 비롯해 교육 실시, 사회서비스 확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원칙으로는 임신·임신중절·출산 주체인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을 적극 반영할 것을 들었다. 또 낙태죄에 대해 자신의 몸으로 임신·낙태를 하는 여성 입장을 성인지 감수성으로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양평위는 획일적으로 일정 임신 주수를 기준삼아 형벌을 면제하거나 부과하는 것은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나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선진국에서 임신 주수 구분은 처벌기준이 아니라 주수에 따른 적절한 사회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한 기준”이라고 부연했다.
헌재는 낙태 가능 한도로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생존할수 있는 시점이라며 임신 22주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헌재 위헌결정의 기속력은 주문에만 미치고 이유엔 미치지 않아, 관련 법률 제·개정 때 이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법무부는 양평위 권고안에 대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권고사항을 비롯해 추가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입법시한 내 차질없이 후속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 4월 낙태를 한 부녀와 의사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리고, 국회에 올해 12월31일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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