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소장 접수 즉시 靑에 보고…박원순도 당일 알아

강승현 기자, 박효목기자 입력 2020-07-13 20:41수정 2020-07-1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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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다.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 관련 고소장이 제출된 8일에 경찰이 청와대에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박 전 시장도 보좌진으로부터 수사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야당 등은 경찰이나 청와대 보고 라인에서 수사정보가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서울시청 직원 A 씨 측은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고소를 진행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 경찰, 고소장 접수 즉시 靑에 보고…박 전 시장도 당일 알아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되고 피해자 A 씨가 고소인 조사를 받은 8일 해당 사실을 상급기관인 경찰청에 보고했다. 경찰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장차관, 국회의원 및 자치단체장, 고위공직자 등 주요 인물의 범죄에 대해선 상급기관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경찰청은 같은 날 서울경찰청의 보고를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청와대에 수사정보를 보고해야 하는 관련 규정은 없지만 국정을 총괄하는 청와대에 주요 사건 등을 보고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인물 특이상황이나 주요 사건에 대해선 국정상황실에 알리고 있다. 박 전 시장 관련 보고도 통상적인 업무”라고 했다. 경찰 측은 “다른 부서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경찰청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도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비서실 직제규정상 중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행정부는 청와대에 이를 보고하도록 돼있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서실 규정은 비공개가 원칙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보고 절차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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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상비밀누설 수사로 번지나

야당은 박 전 시장이 8일 보좌진으로부터 자신의 피소 사실을 전달받은 것을 문제삼았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경찰이) 수사 상황을 상부에 보고했고, 상부를 거쳐 그것이 피고소인에게 바로바로 전달된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기서 피고소인에게 전달된 흔적이란 “경찰 수뇌부 또는 청와대를 의미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지만 박 전 시장 측에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고소장이 접수된 다음날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수사정보의 외부 유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 조사만 마친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피의사실이 전달된 건 공무상 비밀누설죄 또는 증거인멸교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실체보다 자칫 경찰 수사지휘라인의 보고 과정과 외부 누설 경위 등이 더 파급력이 큰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경찰은 8일 오후 4시 반부터 9일 새벽 2시 반까지 총 10시간 동안 A 씨 조사를 마친 뒤 관련 참고인 보강 조사를 거쳐 박 전 시장을 조사할 계획이었다. 성범죄 관련 수사 절차상 피고소인에게는 마지막까지 보안을 지켜야 수사가 절차대로 진행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팀에서는 박 전 시장 측에 어떠한 관련 내용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전 시장의 수사정보가 경찰 보고라인을 통해 청와대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외부로 새어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A 씨 측은 수사정보 유출 경위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 “인터넷상의 가짜 고소장 등 2차 가해 처벌해달라”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A 씨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A 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해 가해지고 있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 2차 가해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1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적한 2차 가해는 현재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피해자 관련 신상 및 고소장이라는 제목이 달린 가짜 문건 유포 등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연구소장은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고소장 문건은 우리가 제출한 게 아니다”면서도 “사실상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이 들어 있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해당 문건을 유포한 사람들을 포함해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바란다”고 밝혔다. 2차 가해 관련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조사 및 처리를 진행 하겠다”고 말했다. 2차 가해 관련 고소장은 A 씨를 직접 조사했던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배당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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