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美인도 불허’ 결정 후폭풍… 시민단체 “국민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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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착취물 판매’ 1년6개월刑에… BBC “달걀 절도죄 구형과 같아”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다크웹 성착취물 제작’ 혐의를 받고 있는 손정우의 미국 인도 불허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다크웹 성착취물 제작’ 혐의를 받고 있는 손정우의 미국 인도 불허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유포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24)에 대한 미국 인도를 법원이 6일 불허하면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한 시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근 대법관 후보로 천거된 재판장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7일 오후 8시 기준 36만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는 법원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여성의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범죄자 측으로부터 현명한 판결이라는 말을 듣고 창피해할 줄 모르는 재판부가 어찌 국민의 분노를 읽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전날 손정우의 불허 결정 직후 손정우의 아버지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 eNd(엔드)’ 회원들도 “대한민국 재판부가 정당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곳이었다면 손정우가 한국에서 처벌받기를 바랐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판사 강영수)는 6일 “손정우를 미국으로 인도하면 국내 회원들에 대한 수사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했다. 2015∼2018년 다크웹을 통해 아동 성착취물을 판매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받고 올 4월 만기 출소한 손정우는 미국 법무부의 인도 요청에 따라 인도 심사를 받기 위해 재수감됐었지만 6일 석방됐다. 로라 비커 BBC 서울특파원은 6일 트위터에 한국에서 달걀 18개를 훔친 4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1년 6개월 형을 구형했다는 기사를 링크하며 “이것은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와 똑같은 형량”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연방형법에 따르면 손정우는 자금세탁죄에 대해 최대 20년 이하의 형에 처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기소된다고 해도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국가 간 범죄인 인도 조약은 상호 호혜주의를 바탕으로 한 만큼 이번 결정이 조약의 실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법원 결정대로라면 미국도 앞으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수사 및 기소하는 방안을 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아동 성착취물#손정우#범죄인 인도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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