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법안 각의 의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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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ILO협약 비준위해 입법”
퇴직교원-공무원 노조 가입 法도 국회 통과땐 전교조 합법화 길 열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가입 대상의 조건을 완화해 노조 조직권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해고자나 실업자는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노조법 개정안과 함께 퇴직 교원과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됐다. 이른바 ‘노조 3법’ 개정안은 모두 20대 국회 때 폐기됐던 법안이다. 만약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의 길이 열린다. 전교조는 자체 규약에 따라 해직 교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2013년 법외노조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도 필요한 입법”이라며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문제를 제기해 무역 분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입법이 이뤄져야만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를 충분히 잘 설득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3개 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안도 다음 달 초 국회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당 법률들의 개정을 추진했다.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중 제87, 98호는 근로자의 결사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비준하려면 협약과 충돌하는 국내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바로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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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에는 실직자, 해고자, 소방관, 5급 이상 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 대신 기업별 노조 임원만 재직자로 한정했다. 노조 전임자 급여를 금지하는 규정도 삭제했다. 전임자의 임금 지급을 위한 파업을 처벌하는 규정도 없앴다. 그러나 개정안은 노사 갈등 심화와 경영권 위축을 우려한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여당이 다수를 차지한 21대 국회에선 개정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도 3개 안 개정안 의결을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경제여건이 지난해와 달라졌지만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업 실정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노조 3법 개정이 현실화하면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 탓이다. 실제 경제단체들이 이런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장 내 생산시설이나 주요 업무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 행위를 금지하는 등 일부 내용만 반영됐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이대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과 경영진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흔들리고 소모적인 노사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은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상습적인 근무태만 등의 문제로 해고된 근로자가 노조에 가입해 비합리적인 활동을 해도 막을 방법이 없고, 또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면 노사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미 1am@donga.com·박효목·지민구 기자
#ilo협약#노동조합법 개정안#퇴직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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