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째 코로나 확진자 0’ 울산의 비결은…[동서남북/정재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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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21일 오전 울산시청 햇빛광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역 어린이집과 아동복지시설 관계자에게 어린이용 마스크 12만 장을 전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아동용 마스크 구입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한 ㈜고려아연이 후원한 4만 장에 울산시가 8만 장을 보탰다. 어린이 1명당 3장씩 배부할 예정이다. 울산에서 성사된 숱한 민관(民官) 코로나19 협력 사례 가운데 하나다.

울산에선 지난달 14일 28번 확진자가 발생한 뒤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29번부터 43번까지는 모두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이거나 그 가족들이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과 접한 울산이 23일로 40일째 ‘확진자 0명’을 기록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울산시의 선제적 대응과 의료진의 노력,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이라는 게 방역 당국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울산시는 코로나19 최초 발생 직후인 2월 3일 고속철도(KTX) 울산역과 버스 터미널, 공항 등 다중이용시설 6곳에 전국 처음으로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 덕분에 2월 22일 대구에서 KTX로 울산 집에 오던 첫 확진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4일에는 전국 최초로 유증상자의 외부 활동을 강제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이 행정명령 발령 이전 20명이던 확진자가 이후 7명으로 확 줄었다. 지난달 25일부터는 마스크를 확보해 시민 1인당 10장씩 나눠 줬다.

지난달 18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5시에 모든 공공기관과 기업체, 가정에서 일제히 소독을 하는 ‘울산시민 방역의 날’도 전국 최초로 운영했다. 타 시도에서 방역의 날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울산 거주자에 대해서는 공항에서 KTX 울산역 선별진료소로 전세버스를 운행해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했다.

시민의식도 빛났다. 대구에서 조모상을 치르고 온 한 시민은 스스로 별도의 원룸을 구해 가족들과 따로 생활했다. 울산시 자원봉사센터는 동천체육관 주차장에 9개의 방역 부스를 설치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어린이집과 학원 차량, 택시 등을 방역해주는 ‘굿바이 코로나 울산 방역 정류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방역과 마스크 제작, 열화상카메라 모니터링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자원봉사에 참여한 시민도 1만6000여 명에 이른다.

송 시장의 리더십도 돋보였다. 울산의 완성차·부품업체가 경영 위기에 놓이자 노동·인권 변호사 출신인 그는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자동차 업계 주 52시간 한시적 유예 방안’을 추진했다. 또 각종 공공사업을 조기에 발주하는 ‘울산형 뉴딜 사업’도 추진해 시민들로부터 위기 타개 노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송 시장은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시민과 의료진의 협조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코로나는 강하지만, 울산시민은 더 강하다”고 말했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울산#코로나19#확진자#송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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