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생산 거점’ 인도도 공장 폐쇄령… 삼성-현대車 등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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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中-유럽-美 이어 글로벌 생산 차질


미국 유럽에 이어 우리 기업의 전략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마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산시설 셧다운 영향권에 들어갔다. 공장 증설 등 신규 투자를 늘리던 삼성,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서는 미국 유럽 등 기존 시장에 이어 전략 시장에까지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미국 ‘베스트 바이’, 독일 ‘메디아 마르크트’ 등 유통시설 셧다운으로 가전제품 판로까지 막히면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마비된 상태다.

○ 인도마저 ‘도미노 셧다운’

삼성전자는 23일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인도 노이다 생산 공장의 가동을 25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3일 390명 안팎이지만 급증세를 막기 위해 인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역별 셧다운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은 연간 최대 1억 대의 스마트폰 생산이 가능한 대규모 공장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 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인도 내수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기지로 키우기 위해 삼성이 전략 투자한 공장이다. 이날 오후부터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첸나이 공장 가동도 31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첸나이 공장 가동을 31일까지 중단한다. 첸나이 공장은 연간 70만 대의 완성차를 만드는 공장으로 현대차 글로벌 한 해 생산량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는 사업 중단 지침이 없지만 자체적인 가동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외 현대차그룹의 모든 해외 공장이 일제히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라고 말했다. LG전자도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인도 노이다 및 푸네 공장을 31일까지 멈춘다.

인도는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차, LG 등이 전략적으로 투자를 늘려온 시장이다. 인도가 13억 명 인구의 잠재 시장일 뿐 아니라 미중 무역갈등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에 이어 전략 생산 거점인 인도마저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빚자 산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슬로바키아 TV 공장과 현대·기아차의 미국 유럽 4개 완성차 거점도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상태다. 소비도 문제다. 미국에 1000여 개 가전 매장을 둔 베스트바이는 22일(현지 시간)부터 영업시간 단축, 입장객 제한을 발표했다.

○ 5대 그룹 총수 중심 비상 경영


생산과 소비 마비 상태에 주요 그룹은 총수까지 비상회의를 여는 등 숨 가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경제·금융위기 때 만든 대응 매뉴얼도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다. 보다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경영 현안 점검 회의에 나선 상태다. 반도체, 정유, 정보통신기술(ICT) 등 주력 계열사에 대한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직접 국내 주요 사업장을 찾아 점검하며 “흔들림 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신규 선임된 것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이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현대차 이사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상황이 심상치 않은 만큼 책임지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변종국·임현석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인도 공장 폐쇄#국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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