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친구’ 경찰 살해…소주 6병 만취 다툼끝 감정폭발?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10일 11시 48분


코멘트

고소 당해 처벌시 항공사 근무 못할 처지
경찰 친구, 조언해줘…불기소처분후 만남
사건 당일 소주6병·맥주1병·위스키 등 술
"말다툼, 폭력적 성향 등 감정 폭발" 진술

동갑내기 친구인 현직 경찰관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항공사 남성 승무원이 범행 당시 이전에 배웠던 무술 기술을 활용해가며 친구를 잔혹하게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당시 그는 실직 위기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술자리를 끝내고 귀가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오신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가해자 A씨는 사건이 일어나기 약 한달 전인 지난해 11월20일 자신이 고소를 당한 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어떤 혐의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A씨는 이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처벌을 받을 경우 미국 비자 등을 받을 수 없어 더이상 항공사에서 근무할 수 없을 처지에 놓였었다.

이 때문에 A씨는 불기소처분 전 실직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평소 즐겨 마시던 술도 3개월 간 끊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피해자인 B씨는 당시 A씨가 불기소처분을 받기까지 경찰 친구로서 수시로 조언을 해줬고, 이 둘은 A씨가 불기소된 후인 지난해 12월13일 술자리를 갖기로 했다.

당일 오후 7시20분부터 영등포구 소재 주점에서 1차, 2차 술자리를 가진 이들은 강서구로 장소를 옮겨 자리를 이어갔다.

이들은 1차에서 소주 4병을 나눠먹고, 2차에서 소주 2병과 맥주 1병을 마셨던 것으로 조사됐다. 3차에서는 700㎖ 위스키 2분의1 가량과 칵테일 60㎖ 1잔을 나눠먹었다고 한다.

이들 사이 실랑이는 이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졸고 있는 B씨에게 “술에 취했으니 그만 가자”라는 말과 함께 주점에서 나왔다. A씨는 당초 약속했던 자신의 집으로 B씨를 데려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으나, B씨가 A씨를 취한 사람 취급을 하며 택시를 거부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A씨는 B씨를 끌어당겨 택시에 태워 자신의 거주지 인근으로 이동했지만, B씨는 A씨에게 그의 집으로 가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집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 둘 사이의 실랑이는 계속됐고, 집에 도착해서도 B씨는 A씨 집에서 자는 것을 거부했다.

A씨는 이전에 배웠던 주짓수 기술을 활용해 바닥에 누운 B씨 위에 올라타는 식으로 제압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B씨가 이를 저지하며 몸싸움으로 번지게 됐다고 한다.

그러자 A씨는 B씨와 나눈 말다툼으로 인해 쌓였던 분노, 경찰 수사를 받았던 과정에서 누적된 스트레스, 내면에 숨겨온 폭력적인 성향 등 영향으로 감정이 폭발,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 얼굴을 수차례 주먹으로 내리쳤고 B씨가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려고 하자 다시 안면부를 가격했다. 저항능력을 상실한 B씨 머리를 붙잡고 방바닥에 얼굴을 수차례 내리찍기도 했다.

이후 A씨는 B씨 머리에서 흐른 혈액이 A씨 몸과 방 벽면에 비산될 정도로 B씨를 추가 가격한 후 자신의 몸만 닦고 방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B씨는 ‘머리덮개 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및 얼굴 손상에 따른 기도막힘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검찰 관계자는 A씨 범행동기와 관련, “통상 살인 사건에서는 피의자 진술을 통해 범행동기를 알아내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통상 ‘귀가 중 다툼이 있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기재됐다면, 이는 적어도 피의자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공소장에 그렇게 (동기가) 표현됐다면 피의자 진술이 그 정도 밖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14일 새벽 2시3분~29분께 사이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서 서울 모 지구대 소속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대학교 동기동창인 이들은 2018년 12월 B씨가 결혼을 할 당시 A씨가 사회를 봐 줄 정도로 친했다.

사건 발생 후 B씨 측은 청와대에 ‘11년지기 절친에게 살해된 경찰관 사건의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 및 엄중한 처벌을 청원합니다’는 글을 올려 이 같은 사연이 널리 알려졌다. 다만 지난달 A씨가 재판에 넘겨질 때까지도 그의 범행 동기는 불명확한 상태였다. A씨는 경찰조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범행동기에 대해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열린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