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가린 車 뭐지?’…성금도둑 잡은 ‘매의 눈’ 시민 표창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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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친 절도범 검거에 결정적 제보를 한 시민이 경찰 표창을 받게 됐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절도범의 차량을 특정할 수 있도록 결정적 제보를 한 시민 A 씨에게 범인 검거 유공 표창을 수여한다고 31일 밝혔다.

전날(30일) 전북 전주 노송동에서 발생한 ‘얼굴 없는 천사’ 성금 도난 사건이 조기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동네에서 처음 본 차량을 유심히 지켜보던 A 씨의 ‘매의 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 번호판을 가린 하얀색 SUV 승용차가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A 씨는 평소 동네에서 보지 못한 차가 주민센터 인근에 출몰한 점을 수상히 여기고 번호판을 적어두었다.

제보자는 “동네에서 보지 못한 차량이 26일부터 주민센터 인근에 주차돼 있었다”면서 “아침에 은행에 가는데 차량 앞뒤 번호판이 모두 흰 종이로 가려져 있어 의심스러워 번호를 적어 놨다”고 설명했다.

30일 오전 ‘얼굴 없는 천사’는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 성금이 담긴 종이박스를 놓고 사라졌다. 돈을 놓고 갔다는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를 받은 주민센터 직원은 곧바로 확인해 봤지만 성금이 담긴 박스는 찾지 못했다.

도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곧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 주민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에 나섰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탐문수사에 집중하던 경찰은 A 씨로부터 자동차 번호가 적힌 쪽지 한 장을 건네 받았다.

경찰은 이 차량을 곧바로 수배했고 용의자들이 충남지역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 충남경찰과 공조 끝에 4시간여 만에 30대 두 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얼굴없는 천사’의 6000여만원이 든 기부 상자도 되찾았다.

범인들은 경찰에서 “컴퓨터 수리점을 한 곳 더 열기 위해 기부금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절도범들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A 씨에게 범인 검거 유공 표창을 주기로 했다. 다만 A 씨가 신원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해 자세한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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