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 구조물 추락해 숨졌는데 스페인 정부 모르쇠” 유학생 부모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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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7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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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씨 유족 페이스북
사진=이 씨 유족 페이스북
스페인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관공서 외벽에서 떨어진 구조물에 맞아 숨졌지만 스페인 정부가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유족이 주장했다.

27일 유족의 페이스북 글을 종합하면 태풍 ‘엘사’가 몰아친 이달 21일 스페인에서 유학 중이던 이모 씨(32)가 마드리드 관광청 외벽에서 떨어져 나온 석재 파편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이 씨는 패션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가 서른 넘은 나이에 퇴사를 하고 스페인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씨의 비보를 접하고 22일 마드리드에 도착한 이 씨의 부모는 현지 경찰에게 “건물 파편들을 보존하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경찰은 사진으로 찍어 확보한 뒤 파편들을 폐기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대처에 이 씨의 부모는 자세한 사고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이 씨의 부모는 딸의 얼굴을 보는데도 애를 먹어야 했다. 마드리드 주 정부 내무부 장관과 각료들로부터 장례업체를 지정해야 딸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이 씨의 부모가 계속 항의하자 주 정부 측은 법원의 허가를 얻으면 딸의 얼굴을 볼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유족은 이 씨의 부모가 법원의 절차를 밟는데도 반나절이 걸렸다고 꼬집었다.

유족은 “자식 잃은 부모가 장례업체와 계약 없이는 자식의 얼굴도 볼 수 없단 말인가?”라고 물으며 “자기네 소유인 공관 관리 부실로 남의 자식을 빼앗아 가고서, 이제 자식 얼굴도 함부로 볼 수 없다? 이게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진=이 씨 유족 페이스북
사진=이 씨 유족 페이스북
유족은 주 정부 측이 관공서 외벽 구조물이 추락했는데도 ‘자연 재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유족은 “(주 정부 측의) 결론은 ‘권한 없고 책임 없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며 “사건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대로 일이 진행될 것이고, 배상을 받고 싶으면 소송을 하라. 그러나 ‘자연 재해’라 배상은 못 받을 것이라며 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드리드 주 정부는 이 사건을 결코 ‘인재’로 다룰 의사가 없다는 게 분명해 보인다”며 “‘건물 외벽의 부실 정도가 어느 정도냐’를 떠나, 다른 건물에서는 이렇게 외벽 일부가 떨어지는 사고가 나지 않았는데 유독 관광청사 외벽만 허물어졌다면 관리 부실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우리 외교부는 최대한의 영사조력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저희가 알고 있기로는 그게 공공건물이다. 그 건물 안에서 스페인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면담이나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스페인 정부 측에서 인지하자마자 저희한테 연락해서 그때부터 인지했다”며 “최대한의 영사조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 하고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가족이 현지에 도착해 계시고, 저희는 최대한 영사조력을 해왔고,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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