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증축·편법 영업’ 수상한 클럽의 예고된 인재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27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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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막을 하루고앞두고 광주 한 클럽에서 복층 구조물이 붕괴돼 2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등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8명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출전 선수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인재(人災)였단 점과 잇따른 사건사고가 반복됐단 점에서 업주 등 관계자 과실 여부와 클럽인허가, 개증축 위법 사항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쿵’하는 소리와 함께 ‘우르르’ 무너져

“쿵” “꺅!!!!”

‘쿵’하는 소리와 함께 클럽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이리저리 튄 파편과 함께 비명소리가 클럽 내부에 퍼졌다.

27일 오전 2시39분쯤 광주 서구 한 번화가의 클럽에서 복층 구조물 23~26㎡(7~8평)가 붕괴됐다.

사고 당시 클럽에는 외국인 50여명을 포함한 370여명의 손님이 있었고 복층형 구조물에는 40여명이 춤을 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2층의 철제 구조물이 1층에 있는 사람들 머리 위로 무너져내리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고모씨(28)는 “놀고 있었는데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노래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머리 위로 구조물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씨는 “제가 있는 쪽은 머리 위에서 멈췄고, 대각선은 복층 구조물이 바닥까지 다 떨어져 사람들이 깔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고씨를 비롯한 1층에 있던 사람들은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구조물을 맨손으로 잡고 버티는 시민의식을 발위하기도 했다.

그는 “누가 어떻게 탈출했는지는 당시 아수라장이어서 알 수 없었다”며 “무섭기도 했지만 사람이 올라갔다고 해서 철조물이 내려 앉았다는 게 말도 안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클럽 안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는 A씨(24·여)는 이번 사고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울면서 전화를 했다”며 “놀던 사람들이 다치기도 했고, 대피하면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수차례 위법사항 적발된 ‘수상한 클럽’

평소 해당 클럽을 자주 다녀 내부 구조를 잘 아는 이들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클럽은 지난해 6월10일 복층 구조물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유사한 사고가 발생, 1명이 부상을 입었다. 클럽 사장은 해당 사고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 200만원의 벌금을 냈다.

또 2016년 3월과 6월에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놓고 춤을 추는 유흥주점처럼 운영한 사실이 적발돼 한달간 영업정지와 과징금 6360만원을 각각 처분받았다.

이후 2016년 7월11일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 시행되면서 이 클럽은 ‘춤 허용 지정업소’ 신청을 했다.

한 클럽에서 불과 3년 사이 형사처분, 행정처분 등이 잇따른 것은 정상적인 영업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견된 인재(人災)…불법 증축·부실시공 의혹

잇단 위법사항으로 형사·행정처분을 받았지만 해당 업소는 16년째 별 무리없이 영업을 이어왔다.

위법이 발견됐을 당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비슷한 사고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클럽은 애초 바닥면적 396㎡(120평)에 복층은 108㎡(32평)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는 무너진 복층 구조물 사진과 함께 외부인의 이야기를 종합했을 때 무너진 부분이 철판과 합판으로 돼 있고 사고가 난 부분은 당초 준공검사에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는 복층 구조물이 당초 허가받은 108㎡에서 200㎡로 불법 증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 서구는 사고가 난 클럽이 있는 건물을 상대로 한 차례도 소방합동점검을 하지 않았다.

국가안전대진단 검사 건물로도 지정이 안돼 있어 해당 건물 안전진단 업체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자료만 통지 받았다.

소방합동점검을 받지않고 국가안전대진단 검사 건물도 아니었단 이유에서 해당 건물의 불법 증축 여부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구청의 해명이다.

사고 현장을 확인한 광주 서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무너진 부분은 허가 내용하고 다르다. 준공 당시였던 2003년 도면하고 다르다”며 “허가를 받지 않고 (증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건물에 대한 안전점검 서류는 지난해 12월에 마지막 서류가 제출됐다”며 “불법으로 증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수영대회 기간 대형 인명사고…외신도 집중 보도

이번 사고로 부상을 입은 사람 25명 중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외국 선수 8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 대회’, ‘성공 개최’를 염원하던 광주시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전날 결승 경기를 치른 메달팀들이 축하 파티를 위해 해당 클럽을 많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해당 클럽 앞에 운집해있었다.

이날 EPA통신과 러시아, 헝가리, 호주, 브라질 등 5개국 이상의 외신이 현장에서 상황을 보도했다.

특히 자국 선수들이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호주와 브라질 매체는 비중 있게 사고를 보도했다.

호주 매체 7네트워크의 리즌 크리스토퍼 존은 “사고 클럽 안에서 여자 수구 대표팀 17명이 동메달을 딴 것을 기념하고 있었다”며 “주장 로위 웹스터가 발코니에서 추락했지만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선수들은 서로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보 TV 브라질의 한 기자는 “우리 여자 수구 선수 11명도 사고현장에 있었다”며 “다친 선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호주·브라질 외에 미국 남녀 수구 대표팀 선수단도 전날 여자팀의 우승을 축하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나라마다 다른 공간에서 자축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방송 RTR의 알렉산더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현장에 있어서 취재하러 왔다”면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이 이 비극을 극복하기를 기도하겠다”고 했다.

헝가리 M4 스포츠는 이날 오후 진행된 현장감식 현장을 직접 취재했고, 일본의 2개 스포츠 매체 기자들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현재 부상을 입은 선수 8명 중 7명은 경상으로 치료 후 선수촌으로 복귀했고, 1명은 다리 열상으로 가벼운 봉합 수술 후 선수촌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막 하루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에 급히 사고수습을 위한 대책본부를 꾸리고 대책 마련과 재발방지 등 사고 수습에 나섰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용섭 광주시장은 “신속하고 철저한 사고 수습과 함께 이번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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