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해치는 들고양이에 ‘鳥 목도리’ 씌운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4일 15시 02분


코멘트

환경부,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 관리 강화 방안 발표
생식기 제거없는 중성화수술 도입…유해성 홍보확대

환경당국이 생태계 보호를 위해 국립공원에 드나드는 들고양이에게 사냥 능력을 낮추는 ‘새(鳥) 보호 목도리’를 씌우기로 했다.

중성화 수술도 외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생식기 비(非)제거 방식으로 바꾼다.

환경부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국립공원공단·국립생태원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들고양이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고양이는 인간 의존도에 따라 집고양이와 길고양이, 들고양이로 나뉜다. 통상 집에서 기르다 버려져 길거리를 떠도는 길고양이가 야생 들고양이가 된다.

들고양이는 새와 양서·파충·포유류 등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다. 재미 삼아 사냥하는 습성도 있어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감소시켜 멸종까지 일으킨다.

서울대 황미경 교수의 ‘도시와 시골에 서식하는 한국 배회고양이의 먹이자원과 서식밀도 비교’ 논문에 따르면 들고양이는 사냥한 먹이의 28%만 섭식한다. 때문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00년 고양이를 100대 치명적 침입 외래종 중 하나로 지정했다.

현재 국내 국립공원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들고양이는 322마리다. 그러나 지난 2017년 5월부터 6개월 간 육안과 무인센서 카메라를 활용해 조사한 수치라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당국은 연말까지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들고양이의 목에 원색의 천으로 만든 새 보호 목도리를 씌우기로 했다.

새 보호 목도리는 야생동물이 고양이의 접근을 잘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고양이의 사냥 성공률을 낮추도록 고안된 것으로, 고양이에게 해가 없고 원치 않으면 언제라도 탈착이 가능하다.

고양이 먹잇감인 쥐의 경우 색감을 구분하지 못하므로 쥐 사냥 능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새 보호 목도리의 효과는 해외에서 이미 입증됐다. 2013년 미국 세인트 로렌스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새 보호 목도리를 씌운 고양이의 사냥률은 87%까지 줄어들었다.

다만 국내에서는 새 보호 목도리를 직접 구입할 수 없다. 미국과 영국 등 외국에 산업디자인특허권이 등록돼 있어서다.

김해송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고양이털은 자연 위장색에 가까워 색 구별을 잘하는 새들이 고양이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알지 못해 포획을 당한다”며 “화려한 색깔의 목도리를 씌우는 것만으로도 고양이의 사냥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특허 문제가 있어 이를 우선 해결해 빠르면 연내 작업을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들고양이의 중성화 수술도 성호르몬을 분비하는 정소와 난소를 그대로 두고 정관과 자궁의 통로를 차단하는 ‘포획-정관·자궁절제술-복귀’(TVHR) 방식으로 바꾼다.

수술 후에도 성호르몬을 계속 분비하게 돼 영역 다툼과 생식 본능이 유지하되 들고양이 밀도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단, 발정기가 유지되는 탓에 고양이 울음에 의한 소음이 해소되지 않아 도심지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지금까지는 정소와 난소를 제거하는 ‘포획·중성화·복귀’(TNR) 방식이어서 소음과 번식 감소 효과가 탁월하나 동물 보호·복지 측면에서는 미흡했다. 2014~2018년 5년 간 TNR 방식으로 중성화 수술을 한 들고양이는 324마리나 된다.

김 사무관은 “도시에서 서식하는 길고양이의 경우 울음소리 민원을 해소할 수 없어 적용에 한계가 있다”며 “새 수술 방식은 국내에서 처음 실시되는 만큼 일부 국립공원에 시범도입한 후 점차적으로 전국 국립공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은 국립공원 탐방로 등에서 먹이 주기 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등 들고양이의 생태적 위해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한다.

이호중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고양이는 반려동물이지만 자연 생태계에 들어오면 새 등 작은 동물의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악영향을 미치므로 야생에 유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