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부모징계권 민법 조항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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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7일 0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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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아동학대예방 포럼서 전문가들 한목소리
체벌금지 법제화에는 이견…“인식 개선이 먼저”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체벌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을 바꾸려면 자녀에 대한 ‘부모 징계권’을 명시한 민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5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부모의 징계권 vs 아동의 안전권,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2019년 제1차 아동학대예방 포럼’에서 아동 전문가들은 ‘부모 징계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포럼 주제발표자인 이세원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 징계권은 보호자가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가해선 안된다는 아동복지법과 상충한다”며 “현행 민법도 친권을 제한하는 수단을 마련하고 있어 징계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은 지난 1979년 전세계 최초로 가정 내 체벌을 금지했다. 독일 등 54개 주요 국가들도 자녀 체벌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훈육을 빌미로 자녀를 체벌하는 게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2013년에 발생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가해자는 법정에서 “나는 자녀를 사랑해 과도하게 훈육했을 뿐이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이 교수는 “원칙상 체벌을 부모 징계권에서 제외하되,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일부 행위에 예외를 두겠다는 법 개정은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 통념상 허용하는 체벌이라는 예외적 허용은 아동학대 기로에 서 있는 부모들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일환으로 부모의 자녀 체벌을 제재하는 방향으로 민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법 개정 방향이 자녀의 일부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부모 징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아동 전문가들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다.

또다른 발표자로 나선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도 “이번 기회에 부모 징계권은 폐지되는 것이 맞다”며 “가정 내 양육 태도에 대해 국가적, 사회적 개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교사들의 학생 및 가정에 대한 관찰과 지도, 부모 면담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학대를 받은 아동들 보호에 지방자치단체가 조기에 개입하고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강 교수는 법률에 부모의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자녀들이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거나, 극단적이지만 부모가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민법 개정보다 인식을 바꾸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주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은 ”법조문을 없앤다고 아동학대가 당장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독일은 징계를 금지하고, 허용하지 않는 (체벌)행위를 아예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우기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우리나라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달리 가정에서 체벌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다“며 ”아동들의 안전과 이익을 고려해 체벌 금지는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제2회 포럼은 오는 7월 ’어린이집에서는 학대, 집에서는 훈육, 엄마 기준이 뭐예요‘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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