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행동은 청소년이 보내는 SOS”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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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관련 상담 3배 이상 늘어


“그때는 죽으려고 한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힘든지 표현하고 싶었어요. 근데 엄마가 아무렇지 않게 넘기니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었죠.”(상담자 A 학생)

“친구랑 크게 싸웠어요. 그런데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친하게 지내는 다른 친구가 없는 거예요. 갑자기 혼자가 된 느낌…. 정말 막막했죠.”(상담자 B 학생)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찾은 A 학생은 자해를 한 이유와 그 뒤 느낌을 담담하게 말했지만 엄마에 대한 원망을 숨기지 않았다. B 학생은 교우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연신 손톱을 물어뜯었다.

학업과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소외감 등으로 자해를 시도하는 청소년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자해를 ‘살고 싶다’는 긴급 구조 요청으로 본다. 자해 시도 급증은 ‘마음이 아픈’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개입이 시급하다는 ‘긴급 구조 신호(SOS)’인 셈이다.

29일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30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접수된 자해 관련 상담은 2만7976건으로 2017년(8352건)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자살 관련 상담도 지난해 4만3238건에 달해 전년(2만3915건)보다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 ‘자해 인증샷’ 올리기가 유행처럼 번진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담센터를 찾은 청소년들은 대부분 또래 관계나 학업, 가족 간 갈등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억제한다고 말했다. 우울감이나 불안감, 외로움, 무력감 등을 느낄 때 주변에 하소연하지 못하고 속으로 억누르다가 감정 조절이 힘든 상황에서 자해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자해는 특별히 문제가 있는 청소년만 하는 게 아니란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중고교생 5명 중 1명꼴(22.8%)로 자해를 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입술이나 손톱 등을 물어뜯거나 머리카락을 뽑는 행위도 자해의 일종이다. 피가 날 정도로 긁거나 스스로를 때리는 경우도 잦다. 이런 자해 행동이 처음 나타나는 시기는 평균 12.4세로 집계됐다.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청소년의 자해 행동을 일종의 ‘SOS’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업 부담으로 자해를 해 상담에 응한 한 청소년은 “(자해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닌 건 알지만 부모님이 그 흔적을 보고 내 힘든 마음을 알아줬으면 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청소년은 “(상담 담당) 선생님이 아무 말 없이 그저 내 얘기를 잘 들어줘 좋았다”며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새로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해 행동을 발견했을 때 주변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발원 관계자는 “보통 자해 행동을 보면 그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혼을 내는데, 그러면 자해를 한 이유를 듣기 어렵다”며 “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살고 싶다’는 표현을 하는지 속마음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의 얘기를 들으면서 ‘공감과 지지’를 표하는 게 중요하다. 자해 이유를 공감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해 행동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전문기관에 알려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청소년 상담전화는 1388이다.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 때는 지역번호를 눌러야 한다.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www.cyber1388.kr)에서는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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