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인근 성산3리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잇단 원전 사고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60대 남성은 “사람이나 기계나 오래 쓰면 고장나기 마련”이라면서 “사고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하루를 살더라도 다른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한빛원전 1호기는 무면허자 조작 하에 출력제한치를 넘긴 채 12시간 가까이 가동됐다. 반핵단체 등은 이번 사건을 “체르노빌 사고와 비견된다”며 한빛원전 측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자칫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었는데도 사고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가 주민들에게 제공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이 주민은 “원전 사고 소식을 매번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된다. 우리 마을에는 원전에 이상이 생길 때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스피커가 두 군데 있지만, 이장이 방송하는 것 외에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며 “이장이 해외에 있더라도 휴대전화로 방송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설비를 갖추고도 제역할을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여수산단 내 기업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정보 조작사례를 예로 들면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니까 원전도 내부 사정을 숨기는 데 급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평생 이 마을에 살았다는 71세 노인은 “한빛원전에서 제대로 가동되는 게 1, 2개밖에 없는데 주먹구구식으로 고쳐 쓰고 있는 상태”라며 “내구연한이 다 되면 다 파묻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병이 큰 병 된다”면서 “오래된 원전을 무리하게 쓰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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