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사고” 한빛원전 인근 주민들은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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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2일 14시 02분


전남 영광군 홍충읍 계마리에 자리한 한빛원전. © News1DB
전남 영광군 홍충읍 계마리에 자리한 한빛원전. © News1DB
“땜빵으로 고쳐서 쓰려고만 하니 불안하지. 작은 병이 큰 병 되는 법인데….”

22일 오전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인근 성산3리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잇단 원전 사고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60대 남성은 “사람이나 기계나 오래 쓰면 고장나기 마련”이라면서 “사고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하루를 살더라도 다른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한빛원전 1호기는 무면허자 조작 하에 출력제한치를 넘긴 채 12시간 가까이 가동됐다. 반핵단체 등은 이번 사건을 “체르노빌 사고와 비견된다”며 한빛원전 측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자칫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었는데도 사고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가 주민들에게 제공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이 주민은 “원전 사고 소식을 매번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된다. 우리 마을에는 원전에 이상이 생길 때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스피커가 두 군데 있지만, 이장이 방송하는 것 외에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며 “이장이 해외에 있더라도 휴대전화로 방송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설비를 갖추고도 제역할을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여수산단 내 기업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정보 조작사례를 예로 들면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니까 원전도 내부 사정을 숨기는 데 급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평생 이 마을에 살았다는 71세 노인은 “한빛원전에서 제대로 가동되는 게 1, 2개밖에 없는데 주먹구구식으로 고쳐 쓰고 있는 상태”라며 “내구연한이 다 되면 다 파묻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병이 큰 병 된다”면서 “오래된 원전을 무리하게 쓰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22일 오전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본부 앞에서 광주·전남·전북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빛1호기 제어봉 조작 실패’를 규탄하며 원전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 News1
22일 오전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본부 앞에서 광주·전남·전북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빛1호기 제어봉 조작 실패’를 규탄하며 원전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 News1
같은 마을에서 36년째 살고 있다는 74세 여성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항상 불안하다”면서 “출퇴근 시간엔 바깥으로 가는 길이 30~40분씩 막히는데 만에 하나 원전에서 큰 사고가 나면 꼼짝없이 죽는 거다”고 걱정했다.

한빛 1호기는 950㎿급 원전으로 지난 1986년 8월 25일 가동된 대표적 노후원전으로 오는 2025년 수명이 종료된다. 지난해 8월 정기점검 이후 올해 5월9일 원안위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6기의 원자로를 운영 중인 한빛원전에서는 올해만 가동중지, 화재, 부실시공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한빛 5호기가 외부 송전선로에 떨어진 번개 영향으로 이틀 동안 멈췄다. 조사 결과 지난해 점검 과정에서 새로 설치한 주 변압기 보호배전반의 내부회로가 설계와 다르게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3월 초순에는 1호기 격납건물 내 보온재에서 불이 붙었고, 1월에는 7개월간의 정기점검 후 가동을 준비하던 2호기가 운전원의 증기조절기 수위조절 실패로 멈춰섰다.

“마을회관에는 방호복도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나 같은 나이 많은 사람은 어떻게 입는지 가르쳐주질 않으니 어떻게 입는지도 모른다.” 80대 노인의 탄식이다.

(영광=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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