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황교안 때리는 박원순…민주당 지지층 결집효과?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0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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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대비 민주당 지지층 결집 의도 해석
내후년 대선 당내경선 감안 존재감 부각 시선도
박원순측 "한국당 행태 비판…정치적 의도 없어"
전문가 "단기간 효과 기대 어렵지만 비판 필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연일 날선 발언을 내놓아 주목된다.

박 시장 측은 황 대표의 정치적 발언이나 행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에 있을 총선거와 내후년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감안하면 박 시장 발언이 중·장기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정치인 박원순’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최근 3~4일 간격으로 황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9일 제주에서 진행된 특강에서였다.

박 시장은 이날 제주시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과 5·18 그리고 노무현’을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 “저는 늘 광주에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며 “황교안 대표 같은 사람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박 시장은 자신의 책 ‘국가보안법 3부작’을 소개하며 “황 대표는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썼고, 나는 폐지론을 썼다”며 “제가 검사를 계속했으면 황 아무개 같은 공안 검사가 됐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선 ‘좌파가 돈 벌어본 적 있느냐. 돈 한번 제대로 벌어본 적 없다’는 황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지금 좌파, 우파 가리게 됐는가. 이런 이념적 시대는 갔지 않는가”라며 “민생이 중요하고 경제가 중요한 이런 때 이념 타령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시대착오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1 야당 대표로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사라졌어야 할 이념 갈등의 그런 잣대를 가지고 정치를 후퇴시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황 대표가) 경기고등학교 후배이고 저도 검사를 했기에 출발은 비슷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후의 삶은 완전히 정반대였다”며 “그분은 검사, 공안 검사의 길을 걸었고 저는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과 관련해서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갈 수 있지만 광주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광주 항쟁의 의미나 본질을 왜곡하는 입장에 선 사람이 오는 것을 환영할 수는 없다”며 “가는 건 자유지만 환영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중동·유럽 순방 당시 이스라엘 텔아비브 현지 기자간담회에서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권력의 편에서 늘 권력과 함께 한 사람”이라며 “자신과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분(황 대표)은 권력의 편에서 늘 권력과 함께한 분이고 나는 그 권력을 비판하고, 저항하고 오직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킨 사람”이라고 역설했다.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 소장은 “박 시장의 존재감 부각이 필요한 시기이고, 실제로 일부에서 박 시장의 존재감이 부각될 시점이 올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박 시장이 (지지율이) 요즘 정체기다. 황 대표를 거론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이들을 잡기 위한 우회전략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권수정 리얼미터 실장도 “일단은 지금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면 황 대표가 1위다. 반면 박 시장의 지지율은 낮게 나오고 있다”며 “아무래도 조금 이른 시기이긴 하지만, 황 대표에 대한 공격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특히 박 시장의 경우 사실 당내 경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민주당 핵심 지지층들을 결집시켜야 한다”며 “지지층들에게 어필하는 방식은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황 대표에 대한 비판을 통해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은 박 시장의 전략이 효과를 보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소장은 “당장 우회전략의 효과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총선국면으로 가는 상황에서 펀치를 날린다고 해도 눈에 보이는 시기가 아니다”라며 “전략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단기적으로 큰 효과는 없다. 중·장기적으로 볼때는 누적이 될 테니 민주당 지지층에게 존재감을 계속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효과가) 단기간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메시지가 어느 정도 축적이 돼야 한다”며 “적어도 두 달 정도는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측 한 인사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발언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최근 자유한국당의 행태나 발언이 과하다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인사는 “박 시장이 시민운동가, 개혁가 등으로 살아온 인생이 있는데 최근 한국당 망언들이 너무 과하지 않나”라며 “(박 시장이) 이 같은 행태들을 굉장히 우려 깊게 보고 있고, 지도자로서 질타를 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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