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이후 검찰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총장이 전날(1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동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한 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엔 법안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과 검사들 댓글이 잇달아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검 연구관은 전날 ‘수사권 조정 문제점’이란 제목의 글을 이프로스에 올려 “검찰과 경찰의 본질적인 기능에 대한 고민과 수사 실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A 부장검사는 이날 통화에서 “법을 지켜야 하는 수범자인 검찰이 동의 못하는 법을 어떻게 만드느냐. 형사소송법의 근간을 흔드는 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표결해서야 되겠냐”며 “수사권 조정은 절대 검사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이 포기하는 순간 지는 거고, 일치해 끝까지 가야 한다”며 “(대검이) 전국 검사들 의견을 잘 끌어내 내부적으로라도 논의를 계속해 어느 한쪽(경찰)에 일방적으로 (치우치게) 하진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검의 B 간부는 “조정안 내용에 문제점이 너무 많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단 게 100%의 검사들 이야기”라며 “검찰의 수사지휘는 국민 기본권 침해와 피해자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한 제도인데 정말 필요한 사법통제를 없애자고 하면 되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대검 관계자도 “문 총장 의견표명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검찰을) 대화상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논의한 부분에 분노 의사를 표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은 점을 감안해 이뤄진 것”이라며 “계속 의견을 개진해 독소조항들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반대보다 자성을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페이스북에 “검찰에 시간이 없던 게 아닌데,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미흡했기에 이리 된 것이니 반성문을 발표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총장님 발언을 접하니 뭐라 변명할 말이 없다”며 “상황에 대한 검찰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구성원으로 답답하고 서글프다”고 적었다.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실상 반기를 들며 문 총장 거취 문제가 대두된 데 대해선 사퇴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과, 사표가 답이 아니란 반박이 동시에 나온다.
A 부장검사는 2011년 7월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임기를 40여일 앞두고 국회에서 ‘경찰 수사개시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물러난 것을 들며 “글자 하나만 바뀌어도 총장 쫓아내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문 총장이) 옷을 벗어야 한다”며 “총장 사표가 종이조각도 아니고, 그걸(사의표명) 잘 해서 조직에 효과적으로 도움이 되는 쪽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B 간부는 “총장이 관두면 조정안의 문제를 봐달라는 건 묻히고 누가 총장이 되느냐로 프레임이 바뀐다”며 “사퇴는 방법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다른 대검 관계자도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총장이 총대를 매고 전체 조직 의견을 취합해 목소리를 내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재경지검 한 검사는 “문 총장이 점잖게 있어 이 지경이 됐다. 더 강하게 반발했어야 한다”면서도 “사퇴는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수사권 조정안을 받는 조건으로 차기 검찰총장이 정해질까 겁나는데, 적어도 다음 총장이 (그렇게) 못하게 이번 총장이 할말 다 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최근 검찰에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다만 대검 측은 “아직 답변서도 작성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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