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고였던 포항 형산강…개발 공사로 희귀 철새들 ‘발길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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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5일 1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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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겨울 경북 포항시 남구 형산강에 날아들어 월동을 하던 멸종위기 1급 흰꼬리수리와 천연기념물(201-2호) 큰고니 등 희귀 철새들이 갈수록 자취를 감추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형산강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 공사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봄 기운이 완연한 25일 오전, 포항시 남구 유강리 형산강에서는 철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해마다 2월 말쯤에는 큰고니, 큰기러기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철새들이 북쪽의 먼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몸단장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형산강을 찾았던 흰꼬리수리(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243-4호)는 이달 초까지 목격된 이후로 자취를 감췄고 매(천연기념물 323-7호), 새매 등 맹금류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

2015년까지 수십종에 이르는 희귀철새들의 월동지이며 겨울철 보금자리였던 형산강이 철새들의 외면를 받는 이유로 생태 전문가들은 ‘공사’를 꼽았다.

국토부 부산지방관리청은 2016년 12월부터 포항시 남구 연일읍 유강리에서 2021년 11월 완료를 목표로 형산강 홍수예방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 이후 바로 반응을 보인 철새는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였다.

공사 전 10여마리의 큰고니가 강에 날아들어 보름 이상 머물렀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2~3차례만 관찰됐다.

강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던 가창오리, 청둥오리, 비오리 등 수십종도 공사 소음에 놀라 모두 강을 떠났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인도교 공사가 잠시 멈추자 멸종위기 1급인 흰꼬리수리가 찾았지만 곧 떠나버렸다.

환경 전문가들은 “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먹이마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생태사진작가 A씨는 “2017년 인도교 공사와 형산강 주변 환경정화 작업이 시작된 후 소음에 놀란 철새들이 더 이상 찾지 않고 있다. 국내 최고의 생태보고였던 형산강이 철새들이 찾아오지 않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포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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