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보 완전개방 모니터링 16일뿐… 죽산보 수질악화 조사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5일 03시 00분


‘4대강 보 3곳 해체’ 논란 확산


“(금강, 영산강 보) 모니터링 기간이 짧아서 아쉽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모니터링을) 더 오래 했으면 좋았겠지만….”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홍종호 공동위원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홍 위원장은 “모든 보를 1년 이상 개방해 모니터링할 수 있었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보를 해체하면 자연지표가 보 설치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전제하에 계산한 것이기에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강 영산강 5개 보에 대한 모니터링은 2017년 6월부터 시차를 두고 시작돼 최근까지 1년 9개월가량 이뤄졌다. 모니터링 기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조사·평가기획위 산하에 4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에서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22일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공주보(금강)는 상부에 설치된 교량만 남기고 철거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또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5개 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됐다.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개 중 3개를 해체하고 2개는 상시 개방해야 한다는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발표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 철거로 인한 지역경제 타격과 농업용수 부족, 수질 악화 등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해당 지역을 넘어 정치권까지 확대된 모양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를 완전히 개방한 이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모니터링을 해야 강의 정확한 수질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완전 개방을 해야 보가 없을 때와 유사한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제보와 죽산보는 보를 완전히 개방한 일수가 각각 16일과 115일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백제보의 경우 수질을 판단하기엔 자료가 충분하지 않고, 죽산보는 완전 개방으로 오히려 수질이 악화된 만큼 더 장기간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환경을 위해 금강, 영산강 보 5곳 모두를 해체해야 한다는 강경 주장을 내놓았으나, 경제성을 우선해 판단해야 한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보 3개 해체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 지역 민관 협의 시작 vs 주민 반발

4대강 조사·평가단은 26일부터 지역별로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어 쟁점 사항을 논의하는 등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을 위한 후속 절차에 들어간다. 26일엔 공주보와 세종보, 27일엔 승촌보와 죽산보, 28일 백제보 민관협의체 회의가 진행된다.

하지만 보 해체가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주보는 그동안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 ‘백제문화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매년 9월 공주보에 유등과 부표를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했다. 공주보 윗부분의 공도교를 남기고 해체할 경우 안전성도 문제다. 아직까지 어떤 방식으로 해체할지에 대한 검토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공주 시민들은 26일 민관협의체 회의가 열리는 공주보 사무소 앞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기로 했다. 공주지역 1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주민 뜻이 관철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죽산보 해체도 지역 명물 역할을 하는 ‘나주 황포돛배’ 운영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 죽산보가 해체되면 수위가 낮아져 배를 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죽산보는 개방 이후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돼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다른 보들도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해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양수장을 이용하는 일 등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환경부는 24일 언론 설명자료를 통해 “보를 해체하는 게 수질을 높이고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기획위 제안을 옹호하고 나섰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끔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 여야 정면 충돌, 7월까지 논란 지속

정치권에서는 보 해체를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자유한국당은 주말 내내 “이성 잃은 보수 흔적 지우기”라며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철거 여부를 확정하기로 한 7월까지 국민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26일부터 전문가 초청토론회를 통해 보 철거 결정의 문제점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여권은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국민 세금을 투입한 대표적 혈세 낭비 범죄”라며 “이번 결정은 국민 소통을 바탕으로 4대강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집단지성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토론회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보 처리 착수 시기와 기간, 공법, 해체할 경우 물 이용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7월 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7월 이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보 처리 방안이 확정되면 예비타당성 조사 등 관련 절차를 거쳐 해체에 들어간다.

강은지 kej09@donga.com / 공주=지명훈 / 홍정수 기자
#백제보#4대강#죽산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