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무죄’ 판결 받은 부부 동반자살…대법 “피해자 진술배척 잘못”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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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친구가 강간’ 주장…1·2심 무죄→대법 원심 파기
“피해자 진술 일관·구체적…원심 性인지감수성 결여 의심”

친구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2심 법원에서 ‘강간 무죄’ 판결을 받은 30대 남성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데도 원심이 이를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이 재판은 1심에서 피고인의 강간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자 피해자가 “억울하다”며 남편과 함께 자살한 사건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38)에 대해 강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이 부분을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박씨는 2014년 4월 충남 계룡 한 모텔에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과 자녀들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해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직폭력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한 박씨는 후배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박씨의 폭행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1심은 징역 1년6월, 2심은 1심이 무죄로 판단한 협박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각 선고했다.

1심은 “강간에 대한 직접증거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하다”며 당시 모텔 주차장 폐쇄회로(CC)TV에 박씨와 함께 찍힌 피해자 모습이 ‘강간 피해자 모습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자연스럽다’ ‘피고인의 담배를 피우고 가정문제에 대해 대화도 나눴다는 피해자 진술 역시 강간당한 직후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등 이유로 박씨의 강간 혐의를 무죄로 인정했다.

2심도 “강간의 점에 대해 공소사실에 직접 부합하는 증거는 진술뿐”이라며 “피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박씨가 피해자를 폭행·협박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 항거가 불가능하게 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돼 간음에 이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씨의 강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내용은 일관될뿐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라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며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성폭행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성폭행 사건 심리를 할 때 요구되는 ‘성(性) 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판단했다.

이어 “강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 성정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오히려 박씨 진술에 대해 “일관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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