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크기 갑상선암은 수술 안 해도 된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인하대병원 '메디스토리']

인하대병원 이진욱 교수(오른쪽)가 갑상선암으로 ‘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을 받은 박모 씨(가운데)를 진료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인하대병원 이진욱 교수(오른쪽)가 갑상선암으로 ‘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을 받은 박모 씨(가운데)를 진료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인천의 한 여성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박모 씨(37)는 1개월 전 받은 초음파 검진 결과 왼쪽 갑상선(갑상샘)에서 5mm 크기의 갑상선 결절(종양, 혹)이 발견됐다. 이후 정밀검사 결과에서 ‘갑상선 유두암’이란 진단이 나왔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탓에 박 씨의 감상선암 소식을 접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다”, “작은 크기의 갑상선암은 수술 안 해도 된다던데, 수술을 받으면 흉터가 생긴다”, “암이 더 커지면 그때 수술하면 된다”는 등 수술을 당장 하지 말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

하지만 고심하던 박 씨는 인하대병원 이진욱 교수(유방·갑상선 외과센터)의 설명을 듣고 수술을 결심했다. 이 교수는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구강 경유 내시경 갑상선 수술’을 통해 흉터와 후유증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3일간 입원한 뒤 건강을 회복한 박 씨는 현재 직장에서 활기차게 일하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2010년 이후 국내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해온 암이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초음파를 통한 검진으로 발견하기 때문에 외국에 비해 1cm 미만의 초기 갑상선암의 빈도가 높은 편이다.

2014년 국내 의료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 국내 갑상선암의 높은 빈도는 초음파를 이용한 과잉 진료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초기 갑상선암은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생존율이 다르지 않아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당시 설득력 있게 퍼졌다. 외과의사가 수술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과잉 수술을 한다는 주장이 함께 제기됐다.

물론 갑상선암은 5년 생존율이 100%에 달할 만큼 진행 속도가 더딘 암이다. 발견 초기에 빨리 수술받은 환자와 수년간 진행된 다음에 수술한 환자를 단순히 사망률로만 비교할 경우 이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갑상선암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다면 합병증에 시달리고 결국 수술을 받아야 해 몸에 큰 흉터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갑상선암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는 ‘전절제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암이 경동맥을 넘어 측경부라는 곳까지 전이될 경우 ‘측경부 림프절 청소술’이라는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 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할 수도 있다. 이 중 5%의 환자는 영구적 ‘부갑상선 기능 저하’로 평생 칼슘 약을 많게는 하루에 16알씩 복용해야 한다. 진행된 갑상선암은 내시경이나 로봇 수술이 불가능해 목에 5∼15cm의 상처가 남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결국 어떤 종류의 질병이든지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후유증도 줄고 완치의 가능성도 높다.

구강 경유 내시경 갑상선 수술은 입술과 아랫잇몸 사이 점막에 내시경 수술 기구를 넣어 갑상선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로 이 교수가 국내외의 권위자다. 피부 절개가 없어 흉터가 전혀 남지 않는다. 통증이 적고 수술 후 회복도 빠르다. 고가의 로봇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어 합리적인 비용으로 최고의 미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비용은 일반 절개 수술에 비해 약 5분의 1 수준이다.

이 교수는 2016년 8월 서울대병원 재직 때부터 최근까지 170건 이상의 구강 경유 내시경 갑상선 수술을 시행해 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술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 홍콩, 필리핀, 조지아 등 외국 의사들도 구강 경유 내시경 갑상선암 수술을 배우기 위해 이 교수를 찾고 있다. 이 교수는 “구강 경유 내시경 갑상선 수술은 합리적 비용으로 최상의 미용 효과를 얻는 수술이다”라며 “기존 수술과 더불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