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예쁘다” 청소년 ‘자해 동영상’ 유행 어쩌나…전문의 “전염병처럼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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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5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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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
사진=동아일보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1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자해 동영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청소년 자해 전파, 자해 확산을 막아달라’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정신과 의사’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자해 청소년들의 수가 2018년 1학기부터 늘기 시작해서 자해하는 문화가 전파됐다. 저를 포함한 정신과 의사들은 아이들의 손목 긋기 자해를 포함한 여러 자해를 치료하고 있다”라며 “전염병처럼 번지는 청소년들의 자해를 막을 수 있도록 정부가 신속하게 정책을 세워달라”라고 호소했다.

글쓴이가 언급한 것처럼 최근 일부 학생들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 팔목이나 신체 일부분을 칼로 그어 피가 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동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이달 유튜브에는 ‘피 예쁘다’, ‘자해, 피젤리’, ‘아침에 약한 자해하고 피닦음’ 등의 자해 관련 동영상 여러 개가 올라왔다.

정신과 의사들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비자살성 자해질환’이라는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자해 게시물을 올린 학생들은 자해를 하나의 놀이처럼 묘사하거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으로 표현한다. 이에 다른 학생들이 쉽게 자해에 노출된다는 것. 일각에선 이들이 타인의 반응과 조회수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정운선 경북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7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현재 중·고등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자해를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이들이 왜 자해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너무 감정적으로 자기가 달아오르고 힘들어서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해라는 방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부만 한 아이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한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처벌하기 위해서 벌주기 위한 방식으로 자해를 선택한다”라고 답했다.

‘왜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건가’라는 질문에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 더 좋은 게시물이라는 문화를 만들어 놓지 않았나.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게 아이들한테는 뭔가 충족이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해결 방안에 대해선 “부모님들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셔서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라며 “잘 뛰어놀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책도 보고 친구들끼리 어울려서 놀고 이런 시간이 많아지면 과연 아이들이 자해를 할까. 노는 것이 몸에 배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힘든 거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고 해결하는 모습, 이런 것도 아이들하고 같이 해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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