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산으로 떠난 ‘도전의 화신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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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원정대 합동영결식
식사장면 등 마지막 영상 상영, 추모시 낭송에 산악인 300명 눈물

산악인 고 김창호 대장의 아내 김윤경 씨(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유가족과 산악인들이 19일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히말라야에서 희생된 김 대장과 임일진 다큐멘터리 감독, 유영직 대원, 이재훈 대원,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의 넋을 기리는 합동영결식이 엄수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산악인 고 김창호 대장의 아내 김윤경 씨(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유가족과 산악인들이 19일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히말라야에서 희생된 김 대장과 임일진 다큐멘터리 감독, 유영직 대원, 이재훈 대원,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의 넋을 기리는 합동영결식이 엄수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상 갈 때 신으시라고 드린 양말은 발에 맞는지 모르겠어요. 에이 형, 뭐 그런 걸 고마워하고 그래요….”

산악인 김영미 씨는 헌시를 통해 김창호 대장 등 히말라야 원정대에 전하지 못한 말을 남겼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막느라 목소리는 떨렸고 낭송은 중간중간 끊겼다.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에서 참변을 당한 원정대 5인의 합동 영결식이 19일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엄수됐다. 김 대장을 비롯해 임일진 다큐멘터리 감독, 유영직 대원, 이재훈 대원,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의 넋을 떠내보내는 영결식은 유가족 및 산악인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비롯해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재오 자유한국당 선임고문 등 정계 인사들도 참석해 조의를 표했다.

정기범 한국산악회 회장은 조사(弔詞)에서 “김 대장은 자신이 오를 산을 늘 생각하고 고민했다. ‘우리는 달라야 한다’며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찾던 그는 이름도 생소한 구르자히말로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대장의 산악부 지도교수였던 이동훈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은 “김 대장은 누구보다 꼼꼼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안전한 등반을 계획하던 등반가였다. 그랬던 그가 너무나 뜻밖의 사고로 자연의 위력에 무릎을 꿇었다”며 애통해했다.

원정대의 모습을 담은 추모영상에서는 8일과 9일 임 감독이 촬영한 원정대의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대원들이 해발 3500m 지점 베이스캠프에서 등반 채비를 하고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아시아산악연맹 관계자는 “해당 영상은 대원들의 유품을 수습하던 중 발견한 필름에 있던 것이다. 현재 대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 자료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현지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발인돼 서울추모공원 화장장으로 향한 김 대장과 임 감독의 유골은 열흘간 서울 북한산의 한 사찰에 모셔진 뒤 장지로 향한다. 산악연맹 관계자는 “아직 장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마지막으로 조용히 고인과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유족의 뜻”이라고 전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히말라야 원정대#한국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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