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잠’ 입고 클럽서 뒤풀이한 대학생들…비싼 술값에 당황한 모습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4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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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한양대 ‘수도전’ 뒤풀이 현장

서울 강남의 대형클럽서 서울대와 한양대 학생들이 교류전인 ‘수도전’을 마치고 뒤풀이 행사를 즐기고 있다.
서울 강남의 대형클럽서 서울대와 한양대 학생들이 교류전인 ‘수도전’을 마치고 뒤풀이 행사를 즐기고 있다.
“보드카 한 병이 25만 원이니까 10명이 2만5000원씩 내면 되겠다.” “칵테일도 비싸니까 1만6000원 짜리 큰 잔을 시켜서 나눠먹자.”

12일 밤 서울 강남의 한 대형클럽의 바 앞에 서울대와 한양대 마크가 크게 새겨진 ‘과잠(학과 점퍼)’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학과 점퍼, 반바지, 운동화 등 클럽에서 쉽게 보기 힘든 차림새였다.

이날 이 클럽에선 서울대와 한양대의 교류전인 ‘수도전’의 뒤풀이 행사가 열렸다. 서울과 한양이라는 ‘수도(首都)’ 이름을 공유하는 두 학교의 교류전인 수도전은 올해 처음 열렸다. 9일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12일까지 스포츠·학술·공연 등을 교류했고, 11일과 12일 이 클럽에서 뒤풀이 행사를 가졌다.

본보 취재진이 클럽을 찾은 12일 오후 11시 반경 클럽에 있던 인원(600여 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옷차림 등으로 볼 때 서울대와 한양대 학생으로 보였다. 클럽 측은 이날 두 학교 학생들에게 3만 원인 입장료를 면제해줬다. 하지만 짐 보관비용(5000원)을 아끼려고 2, 3명씩 가방을 한 곳으로 모으거나, 메뉴판을 바라보다 예상보다 비싼 술값에 당황한 표정을 짓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학생은 처음에는 벽이나 난간에 기대 구경만 하다가 익숙한 노래가 나오자 금세 흥얼거리며 몸을 흔들었다. 가방을 메거나 학과 점퍼를 벗어 손에 들고 춤을 추는 학생들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클럽 측의 ‘입장 제한’을 우려했지만 그런 일이 생기진 않았다. 클럽 입구에서 입장을 통제하던 클럽 관계자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온 정도가 아니면 입장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미성년자 출입을 막기 위한 신분증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는 있었다. 서울대 2학년 김모 씨(19)는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려 구청에서 발급해준 임시 신분증 발급 문서와 학생증을 제시했는데도 들어가지 못했다”며 발길을 돌렸다.

클럽에서 만난 한양대 학생 김모 씨(20)는 “젊은 학생들의 취향을 저격한 행사”라며 “학교 내부에서 주점을 하거나 근처 술집이 아니라 강남의 클럽에서 학교 행사를 한 것이 참신하다”고 말했다. 13일 새벽 1시가 지날 때까지 클럽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다만 학교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사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주최 측(양교 동아리연합회)이 클럽에서 뒤풀이를 진행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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