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폭염에 ‘홀몸 중증장애인 챙기기’ 눈에 띄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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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대비해 260명 생활실태조사… 안부 확인하고 선풍기 긴급 지원
사회복지사 참여 집안청소 돕기도

뇌병변 중증장애인 이한영(가명) 씨가 살고 있는 순천의 한 옥탑방은 한낮 땡볕더위에 땀이 비 오듯 쏟아져 20분도 머물기 힘들었다. 이 씨는 낮에는 옥탑방을 벗어나 도서관, 지하상가를 맴돌다 밤에 귀가한다. 순천시 제공
뇌병변 중증장애인 이한영(가명) 씨가 살고 있는 순천의 한 옥탑방은 한낮 땡볕더위에 땀이 비 오듯 쏟아져 20분도 머물기 힘들었다. 이 씨는 낮에는 옥탑방을 벗어나 도서관, 지하상가를 맴돌다 밤에 귀가한다. 순천시 제공
3일 오전 11시 전남 순천시 한 시장 내 건물의 옥탑방. 혼자 사는 뇌병변 중증장애인 이한영(가명·61) 씨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10m² 면적의 옥탑방은 지붕이 없는 슬래브 구조여서 태양열이 그대로 전달됐다. 뜨거운 열기를 선풍기로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씨는 옥탑방에 머물 수 없어서 낮에는 냉방이 되는 도서관이나 지하상가에 있다가 밤늦게 귀가했다.

이날 정미 순천시 재활복지팀장(52)이 옥탑방을 찾았다. 정 팀장은 “선풍기를 틀어도 방안이 뜨거워 땀이 줄줄 쏟아졌고 20분을 머물기 힘들었다”며 “이 씨처럼 중증장애인들은 폭염에 취약해 안부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국민기초생활수급비의 절반을 옥탑방 방세로 지불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정 팀장은 좀 더 쾌적하고 저렴한 월세방을 알아보고 있다. 이 씨의 냉장고 문이 잠기지 않아 고무줄로 묶어서 사용하는 것을 보고는 중고 냉장고를 구입하는 것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지난달 26일 순천시 사회복지사 3명은 홀로 살고 있는 중증신장장애인 김모 씨(59)의 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김 씨 집 전체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 몸이 불편한 김 씨가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 순천시는 김 씨 가족의 동의를 얻어 김 씨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자원봉사자들과 집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치우기로 했다.

순천시는 폭염 속에서 중증장애인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10일 동안 260명에 대한 생활 실태조사를 벌였다. 순천시 노인 장애인과 직원 5명, 22개 읍면 사회복지사 35명이 몸이 불편하고 혼자 사는 폭염 취약계층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실태조사 결과 이들 가운데 80명은 집에 에어컨이 설치돼 그나마 여건이 나았지만 175명은 선풍기밖에 없어 더위를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5명은 선풍기조차 없이 폭염을 견디고 있어 선풍기를 긴급 지원했다.

김청수 순천시 노인장애인과장은 “실태조사를 통해 홀몸 중증장애인 260명의 안부를 일일이 확인했다”며 “냉방시설이 없는 곳에서 홀몸 중증장애인이 잠을 자다 욕창에 걸리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해 쿨매트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순천시#폭염#중증장애인#재활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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