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장 ‘장세용호’ 출범 ‘기대반 우려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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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첫 진보성향 단체장 시선집중
“다 갈아엎나?” “예산 많이 따오겠지”
출범 앞두고 연령대별 반응 엇갈려

대구·경북 지역의 첫 더불어민주당 단체장인 장세용 구미시장(앞줄 왼쪽)이 2일 구미시 원평동 침수 우려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장 시장은 취임식 대신 태풍 피해에 대비한 현장 점검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구미시 제공
대구·경북 지역의 첫 더불어민주당 단체장인 장세용 구미시장(앞줄 왼쪽)이 2일 구미시 원평동 침수 우려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장 시장은 취임식 대신 태풍 피해에 대비한 현장 점검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구미시 제공
구미시는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보수의 심장’으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만큼 그에 대한 향수가 짙다. 구미시는 해마다 박 전 대통령의 탄생일(11월 14일)이 되면 그의 생가에서 숭모제를 지낸다. 생가 옆엔 높이 5m에 이르는 박 전 대통령 동상도 세웠다. 도로명도 ‘박정희로’, 체육관 이름도 ‘박정희체육관’일 정도로 곳곳에서 그의 이름이 새겨진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구미에서 사상 최초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선출되는 이변이 생겼다. 대구·경북을 통틀어 사상 첫 진보성향 단체장이다. 그런 만큼 신임 장세용 구미시장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다 갈아엎는 거 아이가?”

“여당 시장인데 예산 많이 따오겠지.”

민선 7기 출범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경북 구미시 지산샛강생태공원. 팔각정에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에게 “장 시장이 취임하면 어떨 것 같으냐”고 기자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시민들은 대체로 장 시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특히 연령대별로 반응이 엇갈렸다. 장 시장에 대해 젊은층은 주로 긍정적인 전망을, 중년층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장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로 젊은층의 지지를 받았다. 구미 27개 읍면동 가운데 장 시장이 자유한국당 이양호 후보를 제친 11곳은 주로 구미 국가산업4단지 등 공단이 있거나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다. 일례로 장 시장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인동동(8263표)의 주민 평균연령은 34.5세로 구미시민 평균(37.4세)보다 낮다.

인동 동락공원에서 만난 김준현 씨(33)는 “구미는 24년간 보수 성향의 시장이 집권하는 동안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이 주력사업을 수도권이나 해외로 이전하면서 지역 경기가 계속 나빠졌다. 여당 시장인 만큼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아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 장 시장이 기업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50대 이상 연령층에선 장 시장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이 많았다. 봉곡동 주민 서모 씨(57)는 “장 시장이 당선 초기부터 새마을운동테마공원과 박정희유물관도 취소하고, 새마을과도 이름을 바꾸기로 하는 등 ‘박정희 지우기’ ‘새마을 지우기’에 나서고 있지 않느냐”며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전임 시장들이 해놓은 사업을 무조건 바꾸는 것은 문제다. 진보와 보수를 모두 보듬는 포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장 시장은 2일 오전 취임식 일정을 취소하고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의 북상에 대비한 현장 점검과 긴급간부회의를 통해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장 시장은 취임 일성으로 “시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해 엄중한 자세로 새로운 구미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장세용#구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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