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성심병원 장기자랑 추가 폭로 …“강제 차출, 의상은 주는 대로 입어야”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1월 13일 10시 36분


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병원 부대 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춤을 출 것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익명의 간호사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지난 10일 성심병원 사례가 알려진 이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간호사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익명의 한 제보자는 11일 “드디어 터질게 터졌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장기자랑 사진과 함께 병원 내 실태를 폭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짧은 반바지와 민소매 티 차림을 한 간호사들이 무대에서 장기자랑을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제보자는 “간호부장 및 팀장, 수간호사가 참여해 짧게 춤을 가르쳐준 뒤 몇 번의 연습 후 오디션을 보고, 거기서 또 20명 정도의 인원이 차출된다”며 “신장이나 체중을 보거나, 신입생 환영회 때 눈에 들어오던 간호사들이 차출된다”며 병원 내 강제적인 장기자랑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장기자랑) 한 달 전부터 새벽에 출근해 세시반 데이근무를 마치고 연습을 간다. 연습은 짧게는 저녁6시 또는 6시 반, 길게는 8시, 8시 반까지 한다”며 “행사 이주 전부터는 출근을 아예 하지 않고 연습만 시킨다. 이쯤 되면 내가 연습생인지 간호사인지 헷갈리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심병원 사례에서도 문제가 된 선정적 의상과 관련 “의상문제는 행사 관계자인 수(간호사)선생님이 구한다. 의견을 물어보시나 대답 못하는게 당연하고 의상을 사서 입힌다”며 “의상은 제공 되는대로 입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야 도마 위에 오른 이 사건이 사실은 아주 늦은 처사라고 생각한다”며 “4년을 공부하고 1000시간을 실습했던 나의 서약에 한없이 부끄러웠다.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습들은 우리 스스로 고쳐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병원 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간호사 내 태움(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간호사들 사이에서 묵인되는 괴롭힘) 문화와 저임금 문제에 대한 제보도 이어졌다.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나이트 근무 13시간 이상씩 무조건 하는데 나이트 수당은 4만 2000원이다”, “간호사들은 근무를 위해 카운트, 인계하는 시간은 왜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할까? 이건 봉도 아니고 주50시간은 더 병원에서 보내는데”, “수습시간 3개월 동안 일은 똑같이 시키고 교육생이란 명목으로 4대 보험도 가입 시키지 않고,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등 과도한 근무시간과 부당한 임금 체계를 지적했다.

아울러 “태움 문화는 전통과 관행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깝다”며“태움 문화는 정말 잘못된 문화. 하지만 문제분석과 해결이 아닌 윗선에서는 태움과 배움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없애기 바쁘다”는 등 병원 내 만연한 태움 문화와 미흡한 해결책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익명의 제보 글에는 이와 같이 부당한 일을 강요당한 적이 있다는 간호사들의 댓글 과 이를 비판하는 댓글 수십 개가 이어지며 간호사 인권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성심병원 사례를 통해 수면위로 떠오른 간호사 인권 문제와 관련 대한간호협회는 내년 ‘간호사인권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이달 말 간호사인력수급 종합대책에 ‘간호사 인격적 처우’를 권장사항으로 신설할 방침이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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