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개발 등 인구변화 많은데 기존 학군제 교육수요 반영못해
동작구 17만 가구에 일반고 5개… 비슷한 가구수 양천구의 절반 그쳐
흑석동 주민들 “고교 세워달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뉴타운 지역의 모습. 아파트 옆 주택가 재개발이 추진될 예정인 가운데 동작구와 주민들이 일반고 신설(실선 구역)을 추진 중이나 교육당국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독자 제공
정경애 씨(38·여)는 초등학생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을 놓고 고민이다. 당장 중학교는 걱정 없지만 고등학교가 문제다. 정 씨가 사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는 일반고가 없다. 1990년대 중반 중대부고가 강남구로 이전하면서 일반고 없는 동네가 됐다. 당시 중대부고 3학년이었던 정 씨는 왕복 3시간 가까이 걸려 등하교했다.
20여 년이 흘렀지만 사정은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흑석동 일대 재개발 사업 등으로 인해 당시보다 학령인구는 늘어났다. 29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동작구에는 현재 17만3284가구가 거주하지만 일반고는 5개에 불과하다. 가구 수가 비슷한 양천구(10개)의 절반에 불과하다.
동작구 흑석동의 동양중 졸업생(153명)과 중대부중 졸업생(233명) 중 50%인 약 200명은 다른 구의 고교로 배정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보통 30분 이상 걸리는 학교로 진학한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 걸리면 합리적 통학거리로 본다. 같은 자치구가 아니라도 옆 동네로 버스를 타고 다니는 정도는 같은 ‘학군’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흑석고’를 설립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동작구 혁신교육추진위원회 김경자 주민대표(59·여)는 “지역 균형발전은 교육문제 해결에서 시작된다. 교육당국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3동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 서초구에는 일반고가 8개 있으나 잠원동과 반포3동에는 고교가 없다. 신동중, 경원중 학생들은 인근 강남구나 집에서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고교를 선택하게 된다. 잠원고를 만들어 달라는 주민 요구가 많지만 부지 문제로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만큼 학교를 무조건 신설할 수는 없다. 다만 동작구처럼 재개발 등으로 학생 분포가 바뀐 상황을 진학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017년 서울교육통계의 구별 일반고 현황을 살펴보면 강남구(14개), 송파구(15개), 노원구(16개), 강서구(14개) 등 교육 수요가 많은 곳은 10개 이상의 일반고가 있다. 반면 중구(2개)를 비롯해 마포구(3개), 종로구(6개) 등지에는 학교가 적다. 종로구에는 7만3629가구, 중구에는 6만267가구가 거주한다. 동작구와는 가구 수 차이가 크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학생 수가 줄고 있다. 중구 성동고의 경우 2010년 1173명이던 학생 수가 2014년 884명으로 25%나 격감했다.
교육당국의 고민도 깊다. 서울시교육청은 5개년 학생 배치계획에 따라 학교를 신설하거나 위치를 바꾸기도 한다. 올해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가 강남구 자곡동 내곡지구로 이전해 남녀공학으로 개교했다. 송파구 거여동 거여고는 2019년 3월 새로 문을 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자치구의 학교를 동작구에 이전시키는 걸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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