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교도소… 1인당 공간 2.58m²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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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대비 인원 OECD 꼴찌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근무하는 김모 교도관(53)은 올 추석 연휴 당직을 서면서 근무 시간 내내 마음을 졸였다. 연휴 기간에는 출근하는 교도관 수가 적어서 수용자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각종 접견(면회) 및 운동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예민해진 수용자들이 감방 문을 걷어차는 등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잦다.

최근 몇 년간 수용자가 늘면서 수감 환경이 악화돼 수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김 교도관은 “연휴가 길다 보니 수용자들이 몹시 날카로워진 상태”라며 “예년보다 당직 근무가 몇 배는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전국 구치소, 교도소 수용자는 5만7630명으로 2012년의 4만5488명에 비해 26.7%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용시설은 거의 늘지 않은 까닭에 올해 4월 말 현재 전체 수용자의 62%인 약 3만5000명은 2.58m²(약 0.8평)가 채 안 되는 공간에 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1인당 2.58m² 미만의 ‘과밀 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한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용자의 절반 이상이 ‘위헌 시설’에 수용돼 있는 셈이다. 국내 구치소·교도소의 평균 수용률(수용 인원÷수용 정원×100)은 12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헝가리·131.8%)를 가까스로 면한 수준이다.

수용 인원이 늘면서 교도관의 업무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교도관 수는 2012년 1만6346명에서 올 9월에는 1만5871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수용자는 늘어났는데 교도관 수는 그대로이다 보니 호송 업무 등 지극히 기본적인 일만 처리해도 늘 일손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교정 활동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교도소#oecd#수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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