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건물만 뜯어고쳐선 안돼… 도시재생의 원동력은 문화재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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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으로 국가경쟁력 UP]런던도시재생委 나빈 샤 위원장

“예산을 얼마나 쓸지에 앞서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빈 샤 런던광역시(GLA) 도시재생위원회 위원장(사진)은 “도시재생을 단순히 돈을 들여 건물이나 도로를 고치는 과정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시재생위원회는 런던 도시재생과 관련한 시 자문기관. 주로 도시재생 대상지를 선정하거나 관련 전략을 세우는 일을 한다.

샤 위원장은 “특히 런던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는 도시재생의 원동력이 되는 소규모 문화시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런던의 도시재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이들을 보호하는 ‘문화재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시 도시재생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보고서를 4월 사디크 칸 런던시장에게 제출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칸 시장은 향후 시정 계획을 담은 ‘런던 계획(London Plan)’을 작성 중인데, 위원회 보고서가 이 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들이 문화재생을 강조하는 이유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런던 역시 낙후된 지역을 되살리는 주된 원동력은 예술가들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범 지역에서 런던의 명소로 탈바꿈한 해크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샤 위원장은 “특정 지역의 부흥을 주도했던 예술가들이 밀려나면 얼마 가지 않아 지역이 다시 생기를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지켜야만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런던에선 문화시설이 갖는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 런던에만 미술 전시관 857곳, 박물관 215곳, 공연장 320곳, 극장 241곳이 운영 중이다. 런던의 일자리 중 약 20%가 이런 문화시설 관련 직업이며 런던을 찾는 관광객 80%가 런던의 문화유산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소개했다.

런던시 도시재생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우선 구체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예술가들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 임차료 수준을 정확하게 조사해 부담 없는 임차 공간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또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과 주거지가 뒤섞인 시범단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런던=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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