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고무줄’ 판결… 115개社 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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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아차 상여금은 통상임금
4223억 지급하라” 노조 손 들어줘
使측의 “경영위기” 주장 인정안해

재판부 따라 신의칙 판단 오락가락
소송중인 115개 기업 후폭풍 클듯

법원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 손을 들어줬다. 기아차 사측은 경영 위기 때문에 임금을 추가로 줄 여건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영 위기 해석을 엄격하게 한 판결이 나옴에 따라 금호타이어 등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100인 이상의 115개 사업장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31일 기아차 노조원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조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임금 항목 가운데 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판단해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4223억 원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기아차 노조는 2011년과 2014년 등 두 차례에 걸쳐 “통상임금을 다시 산정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과 연차휴가 수당 미지급분 6588억 원과 이자 4338억 원 등 총 1조926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노조 주장 가운데 일비를 제외한 상여금과 중식대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상여금과 중식대는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일비는 ‘영업활동’을 조건으로 일부 근로자에게만 지급돼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회사는 “노조 측 주장대로 추가 임금을 지급하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또는 ‘기업 존립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주장했다. 회사의 경영 위기이니 노조가 성의 있게 행동해 과도한 청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측은 근로기준법상 인정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아차가 지속적으로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경영성과급도 지급해 온 점 등을 감안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을 낸 노조원들은 1인당 평균 1540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추가 소송과 적용 인원 확대를 감안하면 사측은 약 1조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여파로 기아차는 3분기(7∼9월) 적자가 예상된다.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화 등의 과제를 안고 있는 재계는 이번 판결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김윤수 기자
#통상임금#판결#기아자동차#노조#경영위기#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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