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한경호]경남지사 권한대행의 무거운 어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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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한경호 경남도 행정부지사(54)가 17일 부임했다. 고향을 떠난 지 15년 만의 금의환향이다. 그냥 부지사가 아니라 도지사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자리다.

진주고, 경상대 농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5년 기술고시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경남도 농업정책과장, 기획관을 거쳤다. 2002년 경남 사천시 부시장(당시 4급)으로 일하다 중앙부처로 옮겨 행정자치부 혁신담당관, 국무총리실 행정과장, 소방방재청 기획조정관도 지냈다. 수년 전부터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노렸으나 인연이 닿지 않아 애를 태웠다.

정부청사관리소장에 이어 2015년 9월 세종시 부시장으로 갈 당시 ‘마지막 공직’으로 여길 정도였다. 고시 동기들도 하나둘 2선으로 물러났기 때문. 이후 경남 진주시장 선거에 관심을 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주말이면 진주를 자주 오갔다. 그러던 그에게 돌발 상황이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심야 사퇴와 보궐선거 무산, 이와 관련한 류순현 권한대행 책임론이 불거졌다. 그리고 결국 그의 꿈이 실현됐다.

그렇다면 고향의 지형은 어떨까. 꽃자리는커녕 가시덤불이다. 무엇보다 그의 출마설이다. 내년 2월경 사표를 내고 선거전에 뛰어들 것이란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나돈다. 인사권자에게 ‘불출마’를 약속했더라도 구속력은 약하다. 불법도 아니다. 정치권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상황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소임을 다하는 것도 큰 보람이다. 선거를 의식하면 행정 전반에 부작용이 생긴다. 예산이 그렇고 인사도 마찬가지다. 그런 폐해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 지역에서 이미 경험했다.

이창희 현 진주시장, 조규일 경남도 서부부지사를 포함해 유달리 많은 진주시장 출마 예정자와의 갈등도 문제다. 한 부지사는 “선거에 나가지 않고 도정에만 전념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두고 볼 일이다. 이미 패를 읽힌 상황이어서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대상이다.

도의회도 신경을 써야 한다. 현 정부가 임용한 탓에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친여 성향’이라는 오해를 사기 쉽다. 자유한국당이 다수인 도의회의 협조 없이 안정적 도정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적폐 청산이나 개혁에 미온적이면 현 정부가 싫어할 수 있다. 전임 지사의 측근으로 전문성 없이 자리만 지키는 산하기관장, 비판을 받아온 행사나 시책은 과감한 정리가 필요하다. 역점사업 관리와 내년 국비 확보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연말 ‘공정 인사’는 너무도 당연하다.

키는 작지만 발이 빨랐던 그는 젊은 시절 경남도청 축구 동호회를 이끌었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행정도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337만 경남도민, 18개 시군과 유관기관, 도 본청 공무원 4600명과 시군 공무원 1만4000명,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모두 동반자다. 이들과 격의 없이 만나며 원만한 팀플레이로 중립적인 도정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면 그의 정치적 미래도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다. 아무리 머리 회전과 눈치가 빨라도 민심을 앞설 순 없다. 한 부지사가 웅도(雄道) 경남의 최장수, 최고 권한대행으로 남길 바란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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