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아들에 개목줄 채워 숨지게 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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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친부-계모 학대치사혐의 구속
경찰 “평소 채워놔… 목에 멍자국”

세 살 난 아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20대 초반의 친부와 계모가 경찰에 구속됐다. 아들의 사인은 질식사. ‘침대 위를 어지른다’는 이유로 부모가 아들의 목에 채운 애완견용 목줄이 원인이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4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 씨(22)와 B 씨(22·여)를 구속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대구지법 서부지원 장윤선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의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A 씨 부부가 숨진 C 군에게 평소 애완견이 차는 목줄을 채웠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목줄이 C 군 사망의 직접적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며 C 군을 손바닥과 플라스틱 빗자루, 쓰레받기 등으로 폭행했다. 어떤 날은 음식을 주지 않았다. 또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의 목줄을 C 군의 목에 채우기도 했다. “평소 침대를 많이 어질러 놓았다”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의 목에 졸린 듯한 멍 자국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추궁하니까 부부가 평소 목줄을 채운 사실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C 군이 숨진 채 발견됐을 때는 목줄을 차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사인(死因)이 ‘경추압박 질식사’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가 손으로 아들의 목을 조른 것이 아니라 목을 맨 줄에 의한 질식사로 보고 있다”며 “침대 기둥에 매어 있던 줄이 아이의 목에 엉키면서 숨을 쉬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C 군은 12일 오전 8시 50분경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 씨는 7시간 정도 지난 오후 4시 20분경 119에 신고했다. B 씨는 신고 당시 “아이가 자신의 방 침대 밑에 숨져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C 군의 몸이 매우 마르고 멍 자국과 상처, 핏자국까지 여럿 발견되자 부부를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2014년 C 군의 친모와 헤어지고 이듬해 B 씨와 재혼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8개월 된 딸이 있다. 딸에게선 학대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B 씨는 모두 별다른 직업이 없다. 경찰은 A 씨 부부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질식사#아동학대#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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