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cm ‘맨손의 철녀’ 555m 세계정상 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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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롯데월드타워 2시간 29분만에 등반… 女 세계최고 높이 빌더링

국내 암벽 등반의 간판스타 김자인이 20일 국내 최고층 건물인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를 맨손으로 오르고 있다(위 사진). 
김자인이 완등에 성공한 뒤 암벽화를 벗은 발과 손의 모습(아래쪽 사진). 김자인은 지문이 닳고 발가락이 휠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했고 그 과정에서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 훈련도 반복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내 암벽 등반의 간판스타 김자인이 20일 국내 최고층 건물인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를 맨손으로 오르고 있다(위 사진). 김자인이 완등에 성공한 뒤 암벽화를 벗은 발과 손의 모습(아래쪽 사진). 김자인은 지문이 닳고 발가락이 휠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했고 그 과정에서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 훈련도 반복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손가락 지문이 닳고 발가락이 휠 정도로 암벽을 올랐다. 수술과 재활 훈련도 일상이 돼 버렸다. 화려한 성공의 뒤에는 이런 혹독한 훈련이 있었다.

김자인(29)은 20일 555m(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2시간 29분 만에 등반했다. 여성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오름으로써 국내 빌더링의 역사를 새로 썼다. 김자인은 빌딩 옥상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등반하기에 최적의 기온은 섭씨 20도 내외. 하지만 이날 기온은 26도까지 올랐다. 정상부의 체감온도는 30도를 육박해 체력이 달릴 수 있었다. 김자인은 등반을 마친 후 “정상부로 올라갈수록 디딜 공간이 좁아져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전에 김자인의 성공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채널A 생중계에서 해설을 맡은 암벽 등반 선수 민현빈은 “(롯데월드타워가 높다고는 하지만) 김자인 선수의 체력이라면 극한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일찌감치 성공을 확신했다. 김자인 소속사 측도 “김자인이 등반에 성공한 후 ‘힘들기는 했지만 예상보다는 무난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도 힘든 이 ‘철의 체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김자인 측 관계자는 강도 높은 훈련 때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자인은 매주 6일을 암벽 등반장에서 6시간 이상씩 훈련한다. 손가락 지문이 닳다 생기기를 반복하고 발가락이 구부러진 것도 이 강도 높은 훈련 때문이다. 추가로 오전에 수영을 하고, 오후에 사이클을 탄다. 이어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포함한 트레이닝을 한다. 식사 조절은 필수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도 못한다.

김자인의 강인한 승부 근성과 혹독한 훈련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김자인이 중학교 때였다. 암벽에서 떨어질 때마다 윗몸일으키기를 100개씩 하기로 했다. 그날 10번 떨어졌다. 김자인은 밤이 되도록 연습장 구석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했고, 끝내 1000회를 다 채우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김자인은 ‘다리 찢기’를 하듯 성큼성큼 등반하는 ‘하이스텝’ 기술을 구사한다. 이 기술 또한 작은 키(153cm)를 극복하기 위해 훈련 과정에서 만든 것이다.

치밀한 사전 전략도 주효했다. 김자인은 롯데월드타워에 오르기 전 세 차례 사전 점검을 했다. 외벽의 버티컬 빔에 나 있는 홈이 좁아 발을 비틀어 집어넣어야 한다는 점, 강한 햇볕을 피하기 위해 버티컬 빔을 좌우로 오가면서 그늘을 이용해 등반한다는 점은 모두 이를 통해 수립한 전략이었다. 김자인은 사전 점검 당시 기자를 만나 “등반을 시작하면 오로지 오르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이 집중력 또한 성공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자인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다음 대회를 위한 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자인에게 가장 큰 목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이다. 김자인은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선수로서 그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내 꿈”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김자인에게 대적할 선수가 별로 없어 암벽 등반 전문가들은 올림픽에서 그의 우승을 점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생중계한 채널A는 김자인의 등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조만간 방영할 예정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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