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더 인터뷰]“기장군과 군민만 바라보고 인생의 마지막처럼 일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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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부산 기장군수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있는 오규석 기장군수. 기장군 제공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있는 오규석 기장군수. 기장군 제공
오전 5시에 출근해 오후 11시에 퇴근하고, 업무용 차량에 장화와 쓰레기집게를 싣고 다니는 사람. 365일 이름표를 단 작업복과 운동화 차림에 볼펜 3자루, 수첩, 휴대전화가 전부이지만 위기에 강한 사람.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사람.

수많은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자신에게 엄격한 이 사람은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59)다. 혹자는 오 군수를 ‘돈키호테’ 같다고 하지만 지역과 주민을 위한 생각은 바위 같다. 주변에서는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그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30대였던 1995∼1998년 초대 기장군수를 지낸 그는 이후 본업인 한의원을 하다 2010년 다시 기장군수에 당선돼 연임을 하고 있다.

그는 군과 군민을 위한 것이라면 1인 시위도 마다하지 않고, 중앙부처는 제집 드나들 듯한다. 민원이 있는 곳이면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 확인하고 문제 해결에 앞장선다.

최근에는 정관신도시 조성 당시 제외됐던 9개 마을의 생활하수가 좌광천으로 흘러들면서 민원이 발생하자 환경부를 방문해 오수관 설치를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때는 한 달간 군수실에서 먹고 자며 대처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소독분무기를 직접 메고 방역 현장을 누볐다.

3월에는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허가 촉구’ 1인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2010년 공모를 통해 기장군을 선정했으나 지난해 9월 경주 지진(규모 5.8) 발생 이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자 허가권을 가진 원안위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수출용 신형 연구로는 암의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생산과 중성자를 이용한 반도체 생산, 비파괴 검사같이 다양한 연구 및 생산에 활용되는 시설이다.

그는 기장군 장안읍에 밀집돼 있는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해 원전산업의 변화를 강조했다.

“국내 원전산업은 80% 이상이 발전 분야에 치우쳐 있습니다. 이젠 방사선 의·과학 같은 비발전 분야로 진화해야 합니다. 기장에는 기존의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다 앞으로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수출용 신형 연구로 같은 연관 시설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이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현재 관내에 140만 m² 규모로 조성 중인 첨단의·과학산업단지에 이런 시설들을 유치해 기장 발전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미역, 다시마, 멸치 같은 지역 특산물을 브랜드화한 전통, 치료 및 휴양이 가능한 의료, 체험관광, 교육을 접목시키면 기장이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2010년부터 ‘365일 민원을 잠재우지 않는 야간 군수실’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청와대에 ‘일자리센터’를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해수담수화 시설은 “주민의 생활보다 더 큰 이익이나 가치는 없다”며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인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정치에 뜻이 없느냐고 묻자 “지금이 좋다”는 그는 “지자체장들의 이기주의, 상급 기관의 관료적 매너리즘, 국회의 계파주의가 책임행정과 책임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벽”이라며 “이를 타파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군수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또 끝내면서도 “오직 기장군과 군민만을 바라보고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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