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전문가 기고]지능정보화사회와 대학의 역할 外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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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정보화사회와 대학의 역할 / 김도종 원광대학교총장 기고


김도종 원광대학교총장
김도종 원광대학교총장
포털 사이트에 ‘직업’을 검색해보자. 연관검색어로 ‘미래유망 직업’, ‘직업연봉 순위’ 등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궁금해 하는 단어들이 나올 것이다. 그중 ‘지능정보사회’라는 다소 낯선 단어가 등장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도 일컬어지는 지능정보사회는 작년 초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활용이 확산된 지능정보사회에서는 2020년까지 기존 일자리 중 710만 개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직업이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상당히 충격적이지만 이미 시작된 이야기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은행 직원들의 업무를 일부 대신하지 않는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도 불과 2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직업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질수록 단순반복, 매뉴얼 기반의 업무는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대신 인간은 융·복합적이고 창조적 사고가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진로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이다. 대학교육 방향도 새로운 지능정보기술 습득과 학문 간 벽을 허무는 창조적인 사고를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교육은 그렇지 못했다. 학제 간 분절적 교육구조 속에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분야별 인력 불일치가 심각해지며, 작년 청년 실업률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통계청·2017.1.15.). 안타까운 점은 고성장 미래 유망분야에서는 적합한 인재가 없어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은 진작 이러한 시대변화를 예측하고 스스로 움직였어야 했다.

그런데 많은 대학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다. 기존의 학과를 미래유망분야로 개편하려면 필연적으로 규모를 줄여야 하는 학과가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축소되는 학과의 교수, 학생들의 반발이 엄청나 대학 본부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고, 애초에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부는 2016년부터 추진한 프라임 사업을 쉽게 변화하기 어려운 대학의 사정을 고려해 설계하였다.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변화를 주도하도록 격려하고, 학사조직 개편으로 축소되는 분야의 구성원들에게는 충분한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한 대학의 특성화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원광대학교의 경우에도 전라북도 미래 전략산업인 탄소분야에 주목해 국내최초 탄소융합공학과를 신설했고,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이끌 인재양성을 위해 교내 식품벤처창업학교 코스를 개설했다. 이처럼 지방소재대학이 지역과 동반성장하고 지역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 많아져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지역인재가 곧 대한민국의 인재이며 세계인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

교육부의 프라임 사업은 2018년까지 3년 기한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 이후 구체적인 후속사업 계획을 세워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와 산업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대학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이러한 중대한 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앞으로 대학의 자율성에 기반해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정부는 아낌없는 행·재정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진로교육 패러다임의 변환 / 양운택 경기도학생교육원장 기고


양운택 경기도학생교육원장
양운택 경기도학생교육원장
급변하는 환경 속에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경기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경기꿈의학교’를 운영 중이다. ‘경기꿈의학교’는 학생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무한히 꿈꾸고, 질문하고, 스스로 기획하고 도전하면서 삶의 역량을 기르고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학교와 마을교육 공동체 주체들이 지원하고 있다.

‘의정부 꿈이룸학교’는 공동체 강화를 위한 마을 프로젝트, 시대적 과제를 연구하는 더혜움 프로젝트, 문화예술관련 활동을 하는 견우 프로젝트 등 60여 개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기엔 초중고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등 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든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을 직접 한다. 그러다 보니 실패도 있게 마련. 하지만 꿈의학교는 그런 실패를 통해 아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성장한다는 믿음으로 그들을 기다려주고 격려해 준다. 아이들도 노력, 경험, 실수를 통해 깨달음과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아이들을 키워, 그들을 다음 세대 마을의 주체로 세우겠다는 이 학교의 목표는, 꿈의학교가 추구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정신의 진수다.

안양‘공양미 삼백석 심봉사학교’는 마음을 다해 봉사하겠다는 뜻을 담은 꿈의학교다. 마을의 홀몸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책과 영상으로 기록해 자서전을 만들어준다. 결연 어르신과 정기적으로 만나 그들의 생애 자료를 수집·녹음하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해 발표회도 연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미래사를 쓰기도 한다.

‘군포 랩스쿨’은 소외지역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랩을 직접 작사 작곡하게 함으로써 대중예술의 기회를 경험케 하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꿈의학교다. 랩으로 만나는 청소년 문화(랩으로 풀어보는 나와 청소년 이야기) 시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하고 국내 유명한 래퍼를 초청해 전문적인 트레이닝과 예술 멘토링을 통해 지역의 숨은 ‘청년 예술가’로의 성장을 돕는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전을 기회로 바꾸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라나는 세대가 꿈을 품고, 팀을 만들어보고, 자기가 속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들은 자기 내면의 사랑과 존중감을

실제 행동으로 바꾸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힘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

●어울림 찾아주는 교사의 노력 필요 / 이성권 서울 대진고 교사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 기고

이성권 서울 대진고 교사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
이성권 서울 대진고 교사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
K를 2학년 진로수업 때 처음 만났다. 인상이 서글서글하고 곧잘 인사를 하는 그와 바로 친해졌다. K의 꿈은 춤이었다. 그는 춤 연습에 몰두했고 최신 곡에 맞게 안무도 하는 실력자였다. K는 근처 학교의 축제 때 단골손님으로 불려 다녔다. 하지만 K는 애석하게도 춤으로 대학을 가지 못했다.

K는 수시모집에 제대로 준비가 안 돼 A 대학 한 군데만 지원했다. 합격을 기대했기보다는 실기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였다. 정시에서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가)군의 B 대학 체육학과에 지원했지만 실기과목 중 한 과목을 망쳐 떨어졌다. (나)군은 마땅히 지원할 곳이 없어 포기하고, (다)군은 서울 인근 C 대학의 법학과에 지원했으나 예비 번호가 한참 뒤여서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졸업식을 마친 뒤 그에게 진로를 묻자 “다른 대책이 없다. 지금 커피 전문점 알바를 하고 있는데 블랜딩이 재밌어 학원에 다니며 더 배울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K에게 수도권의 D 전문대학 언어재활과를 추천했다. K의 장기인 춤이 K만의 언어재활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고, 3년제이기에 대학 편입학하는 데도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는 K 같은 학생들이 많다. 적성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극히 적다. K 같은 학생들이 나오지 않게 진로수업을 교육현장에 도입했지만 개개인의 적성을 파악해 그에 맞는 진로지도를 하기에는 아직 거리가 멀다. 게다가 성적 중심주의는 진로지도의 걸림돌이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 대부분은 학교, 가정에서 외면당하고 심지어 친구들한테도 인정 받지 못한다. 이들이 어린 나이에 공부 때문에 패배감을 맛보는 게 교사로서 마음이 아프다. 이런 학생들은 자존감도 부족해 진로지도는커녕 생활지도가 시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K와 법학은 어울리지 않는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떤 꿈을 품고 평생을 노력하며 사는 게 더 중요하다. 설령 법학과에 합격한다손 치더라도 중간에 포기하거나 졸업하고 다른 일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K에게 맞춤형 진로지도를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한 학교에 한 명꼴인 진로진학교사 시스템으로는 K의 꿈을 키워줄 수 없다. 모든 교사가 진로 마인드를 갖고 한 명, 한 명에게 혼신을 다해야 행복한 아이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사회#교육#지능정보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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