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닭-오리 5마리중 1마리꼴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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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 대책]AI 2개월만에 사상 최악 기록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가 무색하게도 닭의 수난이 눈물겹다.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해를 넘겨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계란 값은 ‘금란(金卵)’ 수준으로 치솟고 흰색 수입 계란이 처음으로 우리 식탁에 오르는 등 서민들의 밥상 풍경까지 바꿔 놨다. 사람과 차량 이동이 급증하는 설 명절(27∼30일)이 AI 확산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 있어 방역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도살처분된 닭·오리는 3259만 마리로 국내 농가에서 기르는 전체 닭·오리의 19.8%나 된다. 지난해 11월 16일 충북 음성군과 전남 해남군에서 처음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2개월여 만이다. 2014년 1월∼2015년 11월 거의 2년 동안 1957만 마리를 도살처분한 기록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전파속도가 빨랐다.

 정부가 피해 농가에 지급할 보상금 규모도 26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산란계(알 낳는 닭)의 피해가 심각해 전체 사육규모의 33.2%인 2321만 마리가 도살처분됐다. 특히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는 절반 이상 사라져 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AI가 전국에서 창궐하면서 ‘계란 파동’도 현실화됐다. 지난달부터 계란 1판(30알)에 1만 원을 넘나들 정도로 가격이 급등했고, 사재기를 막기 위해 마트에서 판매 제한에 들어갈 정도였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 등 외국에서 신선란 수입을 결정했다. 14일 미국에서 달걀이 수입돼 21일부터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수입 효과로 최근 들어 계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입 물량이 당초 정부 목표에 턱없이 모자라 당장 가격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당국의 부실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태 초기에 강력한 초동대처에 나서지 않고 한 달이 지난 뒤에야 AI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올리는 등 사실상 늑장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방역을 담당하는 ‘손발’이 부족해 소독약 점검 등 기초적인 방역 업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AI의 기세가 일단 주춤한 상태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최근 강추위로 AI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조건이 된 데다 3000만 명 이상이 이동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다. 방역당국은 설 연휴 전인 25, 26일과 연휴 직후인 31일과 2월 1일 집중적으로 일제 소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귀성객들의 고향 방문 자제까지 요청하고 나서는 등 확산 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ai#조류인플루엔자#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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