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농가 분산배치하고 축산대기업에 ‘방역세’ 부과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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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 대책]김재수 농식품장관 “4월 대책발표”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되풀이되지 않게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사육 환경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가축질병 선진화 종합계획’은 AI 피해가 매년 수천억 원 이상 발생하는 상황을 근절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되는 것이다. AI 휴업보상제가 실시되고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농가가 이전하도록 유도하면 전국적으로 가금류 농가의 재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보완돼야 할 과제로 지적된 점을 감안하면 ‘사후약방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AI 상습발생지, 겨울 오리사육 금지

 농식품부는 철새 도래지 주변의 AI 상습발생지역에서는 겨울철(11월∼이듬해 1월)에 일부 가금류 사육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육을 금지하는 대신 가을철에 가금류를 미리 도축해 정부가 수매하거나 농가 소득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일단은 오리가 대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I 잠복기가 4∼5일로 긴 오리는 ‘AI 불쏘시개’로 불릴 만큼 AI 확산세가 강력한 편”이라며 “AI가 자주 발생하는 겨울철에 오리 사육을 금지해 오리의 AI 감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기 안성과 충북 음성, 전남 나주·영암 지역 등의 지방자치단체가 휴업보상제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닭은 휴업보상제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산란계는 AI 잠복기가 1∼2일 정도로 짧은 데다 통상 80주 이상의 성장을 거쳐야 하고 육계는 AI 피해가 비교적 적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AI의 피해가 산란계에 쏠려 있어 대책의 실효성에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에 가금류 사육농가가 밀집돼 있는 점을 보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AI가 빈발하는 철새 도래지 주변의 양계 농가를 분산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는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AI가 발생했는데도 피해 규모가 작았던 일본의 사육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의 아오모리(靑森) 현에서는 AI 발생 농가 주변의 10km 이내에 있는 농가가 7곳에 불과하다.

 닭을 우리에 빽빽하게 가둬 키우는 밀식사육도 뜯어고칠 계획이다. 김 장관은 “국내에서 AI가 발생하면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고, 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밀식사육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닭장의 최소 면적 기준을 정하고, 농가 비용 부담이 커지면 이를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 “축산 대기업도 방역세 등 방역 부담 져야”

 대기업의 위탁을 받아 닭오리를 키우는 농가와 대기업 간 불공정 계약에도 메스를 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들 대기업에 일종의 ‘방역세’를 걷을 계획이다.

 현재 오리 및 육계 농가의 90% 이상은 축산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병아리를 위탁받아 키운 다음 출하하는 ‘계열화 농장’이다. AI가 발생하면 방역 시설비와 인건비, 도살처분 비용 등은 농가가 부담하지만 도살처분 보상금은 축산 대기업에 돌아간다. 가금류 소유자가 법적으로는 축산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현재 업체와 농가가 도살처분 보상금을 배분하는 방식이 불합리해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축산 대기업들에 일종의 방역세를 내게 해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통업자들이 계란 집하장(GP)을 의무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등 계란 유통방식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국에는 약 50곳의 민간 집하장이 있고, 이를 통해 유통되는 계란은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중간 유통업자들이 수집해 판매하거나 농가와 유통업체 간 직거래로 유통된다. 김 장관은 “(이 과정에서) 계란 수집차량이 농가를 헤집고 다니면서 AI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외에 맹탕 소독약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효력이 미흡한 약제 명단이 공개되고 공급업체의 허가도 취소된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김재수#가금류#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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