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달려갑니다”… 학교폭력 줄이는 ‘부르미’

  • 동아일보

광주교육청 ‘부르미 제도’ 큰 호응
교육현장서 아이들 위기상황 때 장학관 등 24시간 연중무휴 달려가

광주시교육청과 굿네이버스 광주서부지부는 3일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나눔 바자회를 갖고 판매 수익금 700만 원을 굿네이버스에 기탁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광주시교육청과 굿네이버스 광주서부지부는 3일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나눔 바자회를 갖고 판매 수익금 700만 원을 굿네이버스에 기탁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지난해 8월 광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 A 군(10)은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을 발견했다. 어린 그가 받은 충격과 상처는 너무 컸다. 그의 유일한 가족은 엄마와 중학생 누나였다. A 군은 악몽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시간이 많아졌다. 갑작스러운 폭언과 폭력적 행동 등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 올 3월 학교 측은 A 군의 지각과 결석이 잦아지자 그가 처한 위기를 알게 됐다. 엄마는 아들의 부적응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4월부터 A 군을 돕기 위해 나섰다. 상담교사 등이 A 군의 집을 방문하고 자치단체와 연계해 이들 가족의 진료 및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2학기가 시작되면서 A 군의 무단결석은 더 잦아졌다. 각계의 관심과 지원에도 상황이 심각해지자 10월 A 군 어머니의 입원 치료가 결정됐다. 학교 측은 A 군 가정의 위기 해결책을 고민하다 지난달 광주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부르미 제도’에 도움을 요청했다. 부르미 제도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위기 상황이 생길 때 장학관, 장학사 등이 24시간 연중무휴로 달려가 돕는 현장 중심형 지원시스템이다.

 부르미 팀은 지난달 중순 각계 전문가와 상의한 끝에 A 군을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함께 치료받도록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도록 지원했다. 부르미 제도 덕분에 A 군은 1년여간의 위기 상황을 무사히 넘겼다고 한다.

 A군 학교의 김모 교사는 “현장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와 주고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지원해 줘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부르미 제도의 전문성과 학부모들의 신뢰감, 지역사회와 교육청 및 전문기관의 협업 시스템 등 장점이 많다며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부르미 팀은 광주시교육청 민주인권생활교육과 장학관 2명, 장학사 4명, 상담사 5명으로 꾸려져 있다. 지난해 124건, 올해는 160여 건의 위기 상황을 접수했다. 현장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이들은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닌다.

 부르미 제도를 만든 박주정 광주시교육청 민주인권생활교육과장은 “24시간 부르미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잠을 잘 때도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둔다”며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행복하고 싱그러운 웃음이 피어나는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르미 제도 운영 이후 가장 주목받는 성과는 학교폭력 감소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광주지역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피해 응답률은 최근 3년 동안 감소 추세를 보였다. 올해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초등학교 440명(1%), 중학교 216명(0.6%), 고등학교 144명(0.4%) 등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0.1%, 0.1%, 0.2% 줄었다. 자살 발생 건수도 크게 줄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최우수 기관 표창을 받았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부르미 제도는 학교 현장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협업의 정신이 바탕이 돼 탄생했다”며 “교육청과 경찰청, 구청, 정신건강증진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아동보호기관 등 민관이 함께 나서 위기에 처한 학생을 지원하는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학교폭력#부르미#위기학생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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