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복판서 대리기사 사라져 300m 음주운전’ 무죄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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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가 차를 도로 한 가운데 두고 없어지자 부득이하게 취중에 직접 300m를 운전한 운전자에게 음주운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모 씨(58)는 올 3월 술자리를 가진 뒤 대리운전을 이용해 서울 구로구의 집으로 귀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취중에 대리기사에게 다소 거친 말을 했고, 기사는 이에 화가 나 오후 9시 30분경 임 씨가 잠든 뒤 개봉고가차도 내리막길에 차를 세우고 현장을 떠났다. 이 도로는 왕복 4차로로 이미 다른 차량이 임 씨의 차를 피해 달리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 씨는 대리기사가 없자 차를 옮기기 위해 직접 300m를 운전했다. 하지만 만취 상태였던 임 씨는 차를 제대로 주차하지 못하고 2차로에 차를 세운 뒤 2km를 걸어서 집에 돌아갔다. 당시 임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92%. 경찰은 이후 차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임 씨의 음주운전을 적발하고 그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하지만 임 씨는 애시 당초 음주운전을 하지 않기 위해 대리기사를 불렀고, 부득이한 이유로 운전대를 잡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정욱도 판사는 "임 씨의 운전은 대리기사로부터 초래된 위급 상황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며 지난달 10일 무죄를 선고했다. 임 씨의 운전은 사고예방을 위한 '긴급피난'이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형법 제22조(긴급피난)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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