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가정폭력-아동학대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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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현실 구분 못해 위험… 온라인 도박 중독 가능성도 커

 지난해 말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다 맨발로 탈출한 13세 소녀의 아버지는 ‘게임 중독자’였다. 종일 게임만 하는 아버지는 아이를 먹이지도,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마구 때렸다. 28개월 아들의 입과 코를 손으로 막아 살해한 아버지도 있다. 이 역시 자신이 게임을 하는데 보챘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 비(非)약물 중독(행위 중독) 콘퍼런스 2부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박상규 이사장(꽃동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은 게임 중독이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최근 문제가 된 아동학대 사례에서 가해자인 아버지는 모두 게임 중독자였다”며 “게임 중독 해결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게임 중독에 빠진 남성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상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남편이 게임에서 본 성폭력적인 장면을 실제 자신의 아내를 상대로 재연한 경우였다. 박 이사장은 “게임 속 폭력에 자주 노출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현실감이 떨어져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와 자녀에게 폭력을 휘두를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자들은 동시에 도박 중독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센터에 따르면 20, 30대 도박 중독자의 약 80%는 게임 중독자였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게임 중독이 도박 중독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상규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은 또 다른 중독을 유발하는데 특히 약물 중독에 비해 행위 중독이 그렇다. 게임 중독과 도박 중독은 서로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도박을 선호할수록 중독 위험은 커졌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오프라인 카지노 방문자의 20%만이 중독 성향을 보이는 반면 온라인 도박 사이트 이용자의 75%가 중독에 해당됐다.

 온라인 도박의 경우 판돈에 대한 감각이 무딘 데다 방에서 혼자 하다 보니 방해 요소가 없어 중독 위험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이사장은 “온라인 도박이 오프라인 도박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온라인 도박을 유발하는 게임 중독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정석 건국대 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상담자 중 게임 횟수만 적어져도 폭언이 줄어드는 사례가 많다.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면서 게임 중독에 빠진 배우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게임 횟수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게임중독#가정폭력#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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