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아이들은 뛰어 놀 때 가장 아이답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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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의 한 대형 강의실에서 봉사단체 '언니오빠형누나'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이 줄넘기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6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의 한 대형 강의실에서 봉사단체 '언니오빠형누나'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이 줄넘기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이들의 야외활동을 장려하는 봉사단체들이 학부모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세종대 학생들이 만든 봉사단체 '언니오빠형누나', 양천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 중인 시니어 봉사단체 '즐거운 전래놀이 봉사단'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두 단체 모두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 학원 등에 치인 아이들을 밖에서 뛰어 놀게 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6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광개토관의 한 대형 강의실. 학생들이 없는 일요일 오후, 교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책걸상을 한 쪽으로 밀어두어 생긴 넓은 공터엔 아이들 수십 명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놀고 있었다. 다들 딱지치기, 술래잡기, 숨바꼭질, 줄넘기 등 온갖 종류의 '놀이'에 한껏 집중한 채였다.

30여 명의 아이들 사이로 노란 후드티를 입은 젊은 봉사자들이 보였다. 후드 티 등판엔 '언니오빠형누나'라는 까만 글씨가 적혀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노느라 이들도 정신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 언니오빠형누나 "아이들은 뛰어 놀 때 가장 아이답지요"

"원래 놀이터에서 같이 놀았는데 11월부터는 날이 추워져 실내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세종대에 재학 중인 채진백 씨(22)와 김은주 씨(23·여)가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들은 봉사단체 '언니오빠형누나'를 만든 창립멤버다. 올해 7월 말부터 시작한 이 봉사단체는 매주 일요일 3시간씩 광진구 일성아파트와 장안초등학교 놀이터에서 화양동과 군자동 아이들을 만나왔다. 현재 광진구청에 정식 봉사프로그램으로도 등록돼 있는 '언니오빠형누나'는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올해 9월엔 '서울시 마을 공동체 사업'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채 씨와 김 씨가 봉사단체를 만들 게 된 건 '텅 빈 놀이터' 때문이었다. 채 씨는 "어릴 땐 놀이터에 나와 참 많이 놀았고, 또 열심히 뛰놀다보면 모르는 아이들끼리도 친구가 됐다"며 "친구네 부모님들, 동네 상인 분들의 시야 안에서 안전하게 놀곤 했는데 요즘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거엔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이었던 놀이터가 지금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 학원 수업 등으로 바쁜 아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싶었다. '직접 동네 아이들의 언니, 오빠, 형, 누나가 되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언니오빠형누나'는 현재 건국대와 세종대 재학생, 동국대사범대부설여고 학생 등 봉사자 10여 명과 함께하는 정식 봉사단체로 거듭났다. 봉사자들은 매주 5세~10세 사이 아이들 30여 명과 함께 즐겁게 '놀고' 있다.

● 학부모들 "아이들 더욱 활발해지고 사회성도 생겨"

아이들은 3시간이 넘도록 뛰어 놀면서도 지칠 줄 몰랐다. 6일 활동에 참가한 8살 민정이와 7살 민규는 "오늘 처음 왔는데 너무 재밌다"며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그만큼 높다. '언니오빠형누나' 홈페이지엔 매주 30~40명의 참가 신청서가 올라온다. 재참여율도 70%에 달한다.

4살짜리 딸을 둔 한 주부는 "아이가 외동이어서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어 보내게 됐다"며 "2주째 참가 중인데 딸이 전보다 훨씬 밝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매주 '언니오빠형누나' 홈페이지엔 "주말에 몇 시간이라도 아이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 좋아요" "조용하던 아이가 갑자기 말도 많이 하고 활발해졌어요" 등 긍정적인 후기가 올라온다. 창립 멤버 김 씨는 "두 달에 한 번씩 '육아토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학부모들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바로 아이들의 부족한 '배려심'이었다"며 "하지만 다들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아이들이 상대를 배려하는 가치를 알게 된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 하신다"고 전했다.

● "스마트폰 놔두고 전래놀이 배우며 건강 챙겨요"

양천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 중인 '즐거운 전래놀이 봉사단'도 아이들의 야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단은 2014년 말부터 양천구 내 놀이터, 어린이집 등에서 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윷놀이와 오재미 놀이, 제기차기, 실뜨기, 비석치기 등을 가르치고 있다.

백정애 즐거운 전래놀이 봉사단 회장(56·여)은 "50대 시니어 봉사자들 10여 명이 매달 3~4번씩 지역 내 놀이터로 찾아 간다"며 "사라져가는 전래놀이를 다음 세대에 전하며 스마트폰, 컴퓨터 등 기계에 익숙한 어린이들이 함께 뛰어놀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비석치기, 땅따먹기 등 전래놀이는 공간감각은 물론 체력까지 기를 수 있는 생활 속 놀이다. 덕분에 봉사단은 자라나는 아이를 둔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좋다.

'언니오빠형누나'와 '즐거운 전래놀이 봉사단' 관계자들 모두 "아이들은 뛰어놀 때 가장 아이 같다"고 입을 모은다. 백 회장은 "밖에서 뛰어 노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활동인지 아는 학부모들은 앞으로 우리 같은 봉사단체를 더욱 찾게 되지 않을까"라며 웃어보였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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