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시설에 막대한 비용 들어 곤란”
당초 협약 이행 안해 주민들 공분… 악취-먼지 등 환경피해 고통도
2013년 3월 인천 동구 주민과 폐열 무상공급 협약을 체결한 뒤 이를 지키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는 현대제철 인천공장. 현대제철은 협약을 무시한 채 인천종합에너지에 폐열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지난달 10일 인천 동구 ‘공해(公害) 상시 단속반’에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집진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왔다. 인천시와 동구 합동단속반은 11일 야간에 집진시설 가동 여부를 확인한 결과 집진시설에 작은 구멍이 생겨 공장 가동 때 발생한 먼지 등 공해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구는 현대제철에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했다.
앞서 8월 30일 오후 인천 동구에는 초속 9.9m의 강풍이 불었다. 초속 8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면 북항 고철부두에서 이뤄지는 고철 하역과 차량에 옮겨 싣는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제철과 협력업체인 D사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31일 오전 1시까지 3시간 동안 선박에서 하역한 고철을 대형 트럭에 옮겨 싣는 작업을 강행하다 민간순찰합동 단속에 적발됐다. 현대제철이 협력사 관리에 소홀하면서 동구 주민에게 환경 피해를 준 사례다. 동구 소속 사법경찰관은 지난달 18일 D사를 기소 의견으로 인천지검에 송치했다.
화도진중학교는 잇달아 악취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7월부터 10월 초까지 악취 발생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며 모두 3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이처럼 환경 관련 민원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2013년 3월 주민과 약속한 폐열 무상공급 협약을 지키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당시 조택상 동구청장과 현대제철 박승하 대표는 현대제철 인천공장 생산 공정에서 회수되는 폐열 중 유지관리 비용 및 내부 소비를 제외한 폐열을 동구에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협약을 무시한 채 판매에 나서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제1단계 80t 규모의 전기로 폐열 회수시설을 설치한 현대제철은 인천종합에너지㈜에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 폐열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 관계자는 2일 “현대제철이 인천종합에너지에 폐열을 판매해 이미 수억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며 “폐열을 회수하기 위한 시설에 투자비가 천문학적으로 들어갔다는 이유로 당초 협약을 이행하는 데 미온적이어서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현대제철 인근에 있는 화수2동의 안재성 주민자치위원장(56)은 “세차를 한 뒤 하루만 지나도 시꺼먼 먼지가 차량에 수북이 쌓일 정도로 수십 년째 환경 피해를 입으며 살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장학회까지 설립해 지역에 도움을 주면서 주민과 약속한 협약을 깨는 것은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03년 당진장학회를 설립하고 10년간 매년 5억 원씩 총 50억 원의 장학금을 출연하고 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은 120t 전기로를 이용해 철근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고철을 전기로에 투입해 녹이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해 ‘악취중점관리업체’로 관리를 받고 있다. 동구에서는 2014년 57건, 지난해 49건, 올해 10월 말 현재 26건의 악취 민원이 발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을)은 9월 노동환경연구소, (사)일과 사랑 등과 함께 전국 발암물질 취급사업장 주변 1마일(약 1.609km)이내 거주 인구를 조사한 ‘발암물질 전국지도’를 공개했는데 동구 주민 가운데 90%가 발암물질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동구와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폐열 무상공급 등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적극 모색해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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