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망상’ 책 3권 쓴 총격범… “난 국민왕따” 피해망상도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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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총격사건’ 피의자 영장신청

‘오패산 총격사건’의 피의자 성모 씨가 2014년에 쓴 전자책 ‘대지진과 정한론’(왼쪽), ‘대지진과 임진왜란’.
‘오패산 총격사건’의 피의자 성모 씨가 2014년에 쓴 전자책 ‘대지진과 정한론’(왼쪽), ‘대지진과 임진왜란’.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총격사건’의 피의자 성모 씨(46)는 과도한 자기 과시 및 피해망상 증세를 갖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2007년 4월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교수와 학생 32명을 살해한 ‘조승희 사건’과 흡사하다는 의견이다.

○ 역사책까지 쓴 총기 살해범

 20일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2차례 성폭행을 저질러 9년 6개월을 복역한 성 씨는 2012년 9월 출소 후 아르바이트와 자전거 판매 등으로 생계를 꾸리며 출판사를 등록했다. 그리고 2014년 2월부터 7월까지 1권의 책과 2권의 전자책을 펴냈다. 성 씨는 이 책들에서 임진왜란, 정유재란 등에 관한 기존 역사관을 부정하고 일본에 대지진이 있을 때마다 전쟁이 발생했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일본이 조선인들을 독살하려는 의도로 고추를 들여왔다”는 등의 황당한 주장도 펼쳤다.

 성 씨의 이런 세계관이 사제총 제작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화약에 불을 붙여 생기는 폭발력으로 탄환을 발사하는 구조가 일본이 침략전쟁에 활용한 조총(화승총)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평소 성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경찰을 증오하는 글을 자주 올렸다. 그는 “경찰이 나를 추적한다”, “이사를 종용받았다” 등 피해망상이 의심되는 글을 올렸다. 부패 경찰의 조직적인 범죄와 일본의 침략 음모를 폭로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자신을 ‘국민왕따, 국민거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수사기관에 대한 강한 불신과 피해의식이 망상 증세로 이어지면서 성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조승희는 당시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 ‘난 위대한 인물이다’ 등의 증상을 보였다. 성 씨의 경우도 전형적인 피해망상에 의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살인과 살인미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이날 성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정확한 범행 이유를 밝히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36명 일하는 파출소에 방탄복은 1벌

 고 김창호 경감(54)이 근무하던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에는 방탄복이 단 한 벌뿐이었다. 파출소에는 김 경감을 비롯해 36명이 근무 중이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번동파출소에 구비된 방탄복은 한 벌뿐이다. 그나마 14년 전 구매한 것이라 무게가 10kg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27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의 한 주택에서 형제간 갈등이 벌어져 70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형 부부와 출동한 파출소장이 숨졌다. 이 사건 후 경찰청은 방탄복 1100벌을 전국 지구대와 파출소에 보급했다. 그러나 전국 지구대와 파출소 수(1982곳)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다.

 그나마 방탄복의 무게가 10kg에 육박해 현장 출동 때 경찰관들이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서울의 한 경찰지구대 팀장은 “흉기를 막아주는 조끼인 방검복은 신형이라 가볍지만 방탄복은 오래돼서 너무 무겁다”며 “아무도 입지 않기 때문에 어디에 뒀는지 찾기도 어려울 정도다. 지구대 근무 2년이 됐지만 본 적도 없다”고 털어놨다. 이런 사정 때문에 경찰관들은 평소 순찰차에 방탄복을 비치하지 않는다. 숨진 김 경감도 순찰 중 신고를 받고 그대로 현장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김단비·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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