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민단체가 검찰에 사이다를 들고 간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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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회원 3명이 1층 상황실을 찾았다. 이들의 손에는 '시원한 사이다'가 각각 1박스(30캔)씩 들려있었다. 회원들은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초고층 건물 '엘시티'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을 응원하러 왔다"며 "검찰이 사이다를 마시고 속 시원히 비리를 파헤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검찰을 항의 방문하거나 검찰청 앞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일은 많았지만, 이처럼 응원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엘시티의 비리에 대해 수년 간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재판도 해왔지만 무관심과 각종 외부 압력으로 중대한 사안이 묻혔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대 앞바다에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들어서는데 환경영향평가조차 거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사업을 둘러싼 부산시 등의 비리도 반드시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엘시티는 해운대 해수욕장 앞 6만5934㎡의 부지에 101층 랜드마크타워 1개 동과 85층 주거 타워 2개 동으로 건설되는 초고층 복합단지로, 2019년 완공될 예정이다. 사업비만 약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건설사업이다.

부산에서는 수년 전부터 검찰이 은밀히 내사를 벌이다 번번이 수사를 중단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 조용한)는 7월 엘시티 시행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먼저 회삿돈 500억 원가량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든 혐의로 자금담당 임원을 구속했다. 이어 지난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엘시티 측에 대출한 부산은행도 압수수색했다. 최근에는 엘시티의 설계용역비를 빼돌린 혐의로 설계사 대표도 구속했다.

하지만 이 사업의 핵심 인물인 이모 씨(66)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수사는 더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씨는 지명수배 중이다. 10여 년간 곁에서 수행했던 비서까지 구속됐지만 이 씨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소재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씨에게 확인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정계와 법조계 등에서 상당한 인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역 법조계에선 이 씨와 친분이 두터운 일부 인사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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