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관리체계 ‘뻥’…전문가 “뇌전증, 본인이 안 밝히면 확인 불가”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8월 2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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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도심에서 7중 교통사고를 내 17명의 피해자를 만든 ‘해운대 교통사고’ 운전자가 뇌전증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운전면허 관리체계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도로교통법 82조에는 정신질환자, 간질환자(뇌전증), 마약, 대마, 향정신성 의약품, 알코올중독자 등은 면허를 획득하지 못하게 돼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김모 씨(53)는 뇌전증 질환이 있었지만 아무런 제한 없이 운전을 계속해 왔다.

도로교통공단 최재원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를 신청했을 때 반드시 운전적성판정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판정을 내리게 돼있지만 본인이 자가 체크란에 스스로 체크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부분을 걸러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법의 사각지대를 설명했다.

최 교수는 “뇌에 어떤 질환을 갖고 있는, 앓고 있는 분들은 6개월 이상 입원을 하게 되면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지자체에 통보를 하게 돼 있다. 그러면 경찰은 다시 도로교통공단으로 그 정보를 보내준다”며 그러나 “6개월 이상 입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법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알코올중독도 정신질환 분류로 관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독일 같은 경우에는 상습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면허증을 재취득 할 때 알코올중독인지 의사 소견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에서는 의사 소견서가 없어도 면허증을 주는 데 문제가 없다. 이건 분명히 법제도를 보완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에 있었던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버스 사고를 지목하며 “사고 버스 운전자가 기면증상이 조금 있다고 밝혀졌다. 이러한 부분도 한번 이번 기회에 분명하게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운전면허 제도개선 자문 위원인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도 전날 같은 라디오 채널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한국 운전면허 적성검사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운전면허는 이틀이면 딸 수 있을 만큼 세계에서 가장 난이도가 낮은 수준인데, 신체 검사도 실질적으로 사지가 제대로 움직인다든지 귀나 눈이라든지 이런 기본적인 것만 보기 때문에 개인적인 병력에 대한 부분들을 확인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인이 운전면허증을 갖기 위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 취득도 쉽지만 적성검사를 통해서 계속 유지하는 것은 거의 그대로 간다. 개인의 병적인 이력에 대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제도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신질환과 관련해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거부당했다’ 이런 부분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간단한 정신 이력에 대한 부분들은 하나하나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 신체 장애와 달리 정신적인 문제는 운전할 때 결격사유로써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우리나라는 IT 전산망이 잘 돼 있기 때문에 (병원 기록 등을) 링크시켜서 묶어준다면 얼마든지 걸러낼 수 있는 제도를 마련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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