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삼식]맞춤형 보육, 필요한 만큼 누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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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대책기획단장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대책기획단장
우리나라 보육제도의 변천사는 경제·사회 현상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처음 전쟁고아 보호를 시작으로 산업화와 가족 구조의 변화에 따라 부모가 보호하기 어려운 자녀들을 돌보거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발전했다. 최근엔 본래 목적에 ‘아동 발달’이 더해지면서 무상보육을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는 선진국에서 오랫동안 추구했던 보육정책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이 같은 보육제도 변화의 기본적인 전제는 가정에서 부모에 의한 돌봄과 사회적인 돌봄의 조화다. 여러 여건으로 부모들이 자녀를 돌볼 수 없는 시간에 한정하여 보육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모들이 자녀를 직접 돌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전제는 특히 부모와의 정서적 접촉이 중요한 시기에 있는 영아(0∼2세)에게 보다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무상보육’을 무조건 받아들이면서 보육서비스의 필요에 관계없이 어린 자녀를 장시간 보육시설에 맡김으로써 아동의 정서 발달에 부정적 상황이 발생하고, 장시간 서비스가 필요한 계층이 오히려 충분히 이용할 수 없게 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월부터 도입되는 맞춤형 보육은 우리 보육제도가 시대적인 상황에 맞게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보육서비스가 필요한 부모나 가정에 대해 적정 시간만큼 제공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종일반 우선 이용 자격은 맞벌이, 한부모 취업가정, 직업교육 이수 중, 구직자 등에 한정하고 있다. 스웨덴은 전일제 맞벌이, 학업 중인 경우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고 실업자나 육아휴직자는 시간제 보육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일본은 취업, 임신·출산, 보호자의 질병 등과 같은 일정 조건에 한정하여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국가들에서는 보육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부모나 아동의 상황을 인정하고, 보육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 경우 이용이 제한되거나 부분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맞춤형 보육은 아동 발달 등을 고려하여 필요에 따라 종일반 이용은 제한하되 맞춤반 이용은 모두에게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일반 이용 조건을 맞벌이에 한정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선진국에 비해 매우 관대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발표된 보육 실태 조사를 보면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의 76%가 맞춤형 보육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합리적인 어린이집 이용에 대해 공감하는 많은 부모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종일반이 필요한 아동이 자격 확인 과정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운영하고, 자격 증빙에 어려움이 없도록 계속적인 보완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맞춤형 보육제도가 연착륙해 일·가정 양립 정책 간의 연계가 강화되고 저출산 극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대책기획단장
#보육제도#맞춤형 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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