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보건 분야 최고위 공무원은 병원 등에서 도민 수만 명의 인적사항을 입수해 경남도 산하 공기업 사장에게 넘겨주고, 도지사 최측근인 공기업 사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허위서명을 시키고….’
전교조 출신의 진보성향 박종훈 경남도교육감(56)을 주민소환으로 쫓아내 보려고 ‘작전’처럼 은밀하게 진행됐던 허위서명 정황들이 드러났다. 2007년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대표적인 ‘민의 왜곡 스캔들’로 기록될 경남도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 서명 사건의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나머지 의혹 해소는 검찰 몫으로 넘어갔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서장 윤창수)는 19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 위조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허위서명 과정에 가담한 33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3명을 사문서위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30명을 입건했다. 33명 가운데 경남도청 공무원은 4명이며 경남개발공사 임직원 11명, 경남도민프로축구단(FC) 임직원 4명, 병원 관계자 주민 14명 등이다.
구속된 사람은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58), 박치근 경남 FC 전 대표(57), 정덕수 경남 FC 전 총괄팀장(55) 등이다. 범행 당시 이들은 모두 현직이었다. 입건된 30명 가운데 경남도 공무원은 박권범 전 경남도보건복지국장(57)과 진모 사무관(55), 도지사 비서실 여직원 2명 등이다. 박 전 국장은 거창군수 재선거에 나서기 위해 지난해 12월 21일 퇴직했고, 나머지 공무원 3명은 근무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 사장과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박 교육감 주민소환 청구인 허위 서명부를 작성하기로 공모한 뒤 박 국장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국장과 진 사무관은 11월 중순 김해와 진해의 3개 병원, 건강관련 협회 등 모두 4곳에서 경남도민의 개인정보 19만여 건이 담긴 서류를 넘겨받아 경남 FC 박 대표에게 전달했다.
경남 FC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22일까지 경남개발공사, 경남 FC, 경남도 직원 등에게 서명을 요구하면서 창원시 북면 자신의 사무실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공공기관 직원과 도지사 비서실 여직원 등 20여 명은 25일 동안 서명부 584장에 2385명의 인적사항을 옮겨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서실 여직원은 경찰에서 “직접 서명은 하지 않았고 관리와 조언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박 국장이 개인정보를 확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려 했으나 검찰은 불구속 지휘를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추가 조사에서 사법처리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은 경남지역 시민단체들이 무상급식 중단과 진주의료원 폐쇄 등에 항의해 홍준표 경남지사의 주민소환을 추진하자 보수단체가 박 교육감 소환운동으로 맞대응하면서 비롯됐다. 경남도선관위는 지난해 12월 22일 창원시 북면의 공장 가건물에서 박모 씨(42·여) 등 4명이 주소록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에 기재하는 현장을 제보로 적발한 뒤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박 교육감 주민소환은 중단됐다.
홍 지사는 측근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3월 7일 “도 산하 기관 임직원의 일탈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경남도당 등은 “조직적인 일탈이며, 홍 지사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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