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옥바라지골목 철거 중단”

  • 동아일보

무악동 서대문형무소 일대 재개발… 용역업체 강제퇴거집행 질타
朴 “모든 수단 동원… 소송당해도 좋다”

서대문형무소 수감자 가족을 위한 여관촌이 있던 ‘옥바라지 골목’.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대문형무소 수감자 가족을 위한 여관촌이 있던 ‘옥바라지 골목’.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무악동 이른바 ‘옥바라지 골목’의 철거 공사를 일시 중단시켰다. 재개발사업조합 측과 재개발 반대 주민 사이 갈등이 고조돼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옥바라지 골목은 서대문형무소 맞은편 무악동 일대를 가리킨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가 대거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자 옥바라지를 하는 가족들이 몰려와 여관촌이 형성되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옥바라지 골목이 포함된 무악2구역 재개발지구는 2010년 조합이 설립돼 지난해 7월 관리처분인가가 내려졌다. 하지만 역사성 등을 이유로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가 재개발에 반대하고 나섰다. 재개발조합은 최근 명도소송에 승소해 4일 강제집행 예고장을 주민들에게 보냈다. 11일까지 자진 퇴거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17일 강제집행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들과 반대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반대 주민 등과의 면담을 위해 현장을 찾은 박 시장은 “이미 (재개발) 진행이 많이 된 것을 이해한다. 그래도 다른 방안이 없는지 찾아보라고 했는데 (강제 철거를 강행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서울시 담당자를 질타했다. 그는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공사를 중단하겠다. 내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현재 철거 공사는 석면 제거까지 완료된 상황. 이를 완전 중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개발사업 인허가 권한은 종로구에 있다. 서울시는 최근 옥바라지 골목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자 협상 및 현장조사를 위해 종로구와 조합 측에 철거 유예를 요청한 상태였다. 종로구 관계자는 “법적으로 사업에 문제가 없어 거부할 권한이나 명분이 없다”며 “조합원들도 사업이 늦춰지면 금전적 피해를 보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사성에 대한 주민들의 견해가 달라 여러 가지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충분한 협의와 조율을 거친 뒤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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