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졸업” 프로필에 속은 여성들, 신용카드까지 넘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8일 15시 48분


코멘트
‘하버드대 졸업 유명 통역사, 영화 제작에 투자 중…’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새로운 만남을 꿈꾸던 정모 씨(49·여)는 2011년 5월 40대 남성 회원 전모 씨의 프로필에 눈길이 갔다. 두 사람은 채팅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호감을 가졌고 결혼을 전제로 교제했다. 호감 있는 외모에 우수한 ‘스펙’까지 갖춘 그가 마음에 들었던 정 씨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의심 없이 그에게 건넸다.

하지만 반년 후 정 씨는 전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카드대금 결제를 위해 수차례 그를 찾았지만 전 씨는 자취를 감췄다. ‘속았다’고 생각한 정 씨는 2012년 1월 전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4년 후 경찰의 잠복수사 끝에 붙잡힌 전 씨는 하버드대 졸업은커녕 영어도 할 줄 몰랐다. 그의 본래 이름은 천모 씨(61). 일정한 직업 없이 이름과 나이까지 속였다. 그가 잡힌 곳은 다른 피해자가 얻어준 원룸이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정 씨를 비롯한 여성 3명에게 신용카드를 받아 40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천 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천 씨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의 익명성을 악용해 자신의 신분과 경력을 속일 수 있었다. 피해자들로부터 챙긴 돈은 생활비, 동거녀의 애니메이션 사업 자금으로 썼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천 씨의 여죄를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